-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감세(減稅)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모두 동원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단기적인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설비투자 감소와 사업·근로의욕 상실 등으로 경제성장의 원동력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세간의 '경제위기론'에 집권 여당마저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기대책이 될 수 있다며 야당의 감세 요구에 반대했던 열린우리당이 재정 확대와 세금 감면을 포괄하는 '총동원령'을 내린 것은 경제 회복에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담을 정부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는 올해 경기 침체 여파로 세금 수입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가 예정돼 있고,여기에다 △소득세율 1%포인트 인하 △고용창출형 기업에 대한 각종 세금 감면 확대 △복지예산 지출 확대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지출 확대 △자주국방비 지출 등 중장기 재정 수요까지 감안할 경우 국가 부채가 단기간에 급증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감세와 재정확대 총동원
열린우리당이 30일 발표한 경제활성화 대책은 "재정지출 확대만으로는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체감경기가 회복되기까지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할 만큼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경제성장의 주체인 기업들이 중국 등 해외로 빠져 나가고 설비투자를 미루는 등 성장동력마저 상실되고 있는 현실을 마냥 외면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지금까지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정책에 반대해왔고,통상적으로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세율 인하를 선택하기보다는 거둔 세금을 저소득층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해왔다.
이헌재 부총리도 "미국에서도 감세정책의 효과에 대해 논란이 많다"며 재정지출을 늘리는 쪽을 강조해왔다.
◆정부·야당과 합의 남아 있어
열린우리당의 감세·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대해 이 부총리는 "내가 말을 하지 않아야 보도가 정확하더라"며 말을 아꼈고,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은 "국회가 입법권을 갖고 있다"며 열린우리당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열린우리당의 감세·재정확대 정책에 대해 정부가 공식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적극적으로 검토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내년 세수가 매우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정부가 여당의 경제활성화 대책을 전면 수용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 등 야당과의 논의과정에서 정책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개인사업자에게 소득세율을 1%포인트 내려준다고 해서 이들이 사업을 늘린다는 보장이 없고,중소기업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준다고 해서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도망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자제한 등 규제개혁폭도 주목
'재정 확대와 감세'라는 경제적 처방만으로 최근의 경제위기가 극복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계는 출자총액제한 등 핵심 규제를 대폭 철폐하고 기업가 의욕을 북돋우는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여당이 이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반기업 정서 해소' 등도 적극 추진할 것임을 밝힌 것은 이런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경기 침체와 심리불안은 비(非)경제적인 부문에서 발생한 것들이 많다"며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재정지출을 늘리고 감세를 확대하더라도 기대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