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회계기준위반 문제를 둘러싼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김정태 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국민은행과 삼일회계법인은 물론 외국인 주주들까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어느 쪽이 옳고 그름을 떠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첫째는 회계처리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이 합병전 국민카드가 설정해야 할 대손충당금을 합병후 국민은행이 처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손실을 과대계상하고 세금을 덜 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은행측은 회계법인과 국세청의 감사와 자문까지 받아 처리한 재무제표가 문제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회계처리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은데다 세금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기업들의 관례이고 보면 국민은행측의 주장이 부당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둘째는 절차상의 문제 때문이다.

이번 사안을 대하는 금융당국의 태도는 의도적인 김 행장 밀어내기라는 의혹까지 낳을 정도로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내달 10일에야 공식결정될 징계문제를 서둘러 발표한 것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외부 회계전문가로 이뤄진 감리위원회에서는 중과실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극소수였는데도 증선위에서 중과실 결정을 내렸으니 더욱 그러하다.

LG카드 사태 처리 등과 관련해 정부에 비협조적이었던 김 행장을 밀어내기 위해 과도한 징계를 하려 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김 행장 개인의 거취가 어찌되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은행장 징계문제 등 금융행정이 합리적 원칙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지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의도가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이번 사태는 관치금융 논란만 증폭시키면서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크게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