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가 사라지는 시대가 올까.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금융서비스 채널 때문이다.

실제로 이같은 상상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사를 찾을 필요가 없다.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은행 창구를 방문할 이유도 없어졌다.

TV를 통해서도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TV홈쇼핑을 이용하면 안방에서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그런가하면 핸드폰 문자메시지는 카드회원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주고 있다.

인터넷과 통신(Click&Call)의 발달이 이같은 일들을 가능케한 것이다.

e금융시대의 도래로 우리의 일상 금융생활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중견 기업에 다니는 채규영(37) 과장의 하루 일과를 통해 알아 본다.

◆자동차 보험은 인터넷으로

지난 27일 오후.10년 가까이 몰아온 옛 차를 버리고 새 차를 구입한 채 과장은 들뜬 맘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주말에 새 차를 몰고 가족들과 함께 안면도 나들이를 떠나기 전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으로 여러 온라인 보험사의 보험료를 뽑아 본 후 채 과장은 A사에 가입키로 결정했다.

채 과장이 온라인 보험사를 선택한 이유는 저렴한 보험료 때문.꼼꼼하게 보험료를 따져본 결과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10%가량 싸다는 사실을 알았다.

채 과장은 회사에서 간단한 클릭 몇 번만으로 10만원 이상을 절약했다.

◆휴대폰으로 쏜다

며칠 전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졸고 있던 채 과장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최근 오랜만에 만난 대학동창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지난번에 내가 카드 긁었던 거 알지.돈 빨리 보내라." 채 과장은 그제서야 지난번 모임에서 그 친구가 거액의 카드를 긁었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크,이놈아 그런 건 잘 기억해요."

전화를 끊자마자 휴대폰의 금융거래 버튼을 꾹 눌렀다.

며칠 전 새로 장만한 모바일뱅킹 전용 휴대폰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친구의 계좌로 돈을 넣은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입력버튼을 3∼4번 누르는 것만으로 계좌 이체가 끝났다.

◆문자메시지가 카드 연체도 막아준다

같은 날 있었던 일이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다가 채 과장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메시지를 확인한 채 과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채규영 고객님.XX카드 결제금 7만8천8백30원 연체하셨습니다.'

'아니 어찌된 일인가.

내 사전에 연체란 없는데….'

순간 2개월 전쯤의 일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가족들과 외식을 한 후 'XX카드로 결제하면 20% 할인해 준다'는 말에 평소 사용하지 않던 카드를 긁었다.

'장식용 카드'라서 당연히 통장 속의 잔고는 비어 있었고,이는 곧 연체로 연결됐다.

평소 '단 하루를 살아도 연체 없이 살겠다'는 신조를 갖고 있던 채 과장은 곧바로 은행으로 향했다.

ATM에 카드결제 대금을 입금한 후 '청구 연체대금 결제' 버튼을 누르니 카드대금이 곧바로 결제됐다.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카드 연체를 막아준 셈이다.

◆홈쇼핑에서 보험 산다

지난 28일 저녁식사를 마친 채 과장은 가족과 함께 'TV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뉴스에 이어 드라마 시청까지 마친 부부는 채널 주도권을 놓고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승리한 쪽은 아내.평소 '홈쇼핑 초기 중독증'을 보여왔던 아내는 리모컨을 잡자마자 홈쇼핑 채널을 숙달된 솜씨로 찾아냈다.

'홈쇼핑=사치상품 판매소'란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채 과장은 화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쇼핑 호스트가 '보험상품'을 팔고 있는 게 아닌가.

미모의 쇼핑 호스트는 화려한 말솜씨로 보험상품을 한시간가량 설명했다.

평소 보험상품은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쇼핑 호스트의 설명을 들으니 상품구조가 머리 속에 쏙쏙 들어왔다.

'이해'는 '구매 의욕'을 자극했다.

보험료가 10% 정도 싸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전화기를 들고 상담 예약을 신청하니 3∼4일 이내에 보험사 직원이 직접 방문하겠다는 친철한 응답이 돌아왔다.

이처럼 요즘의 금융생활은 완전히 '클릭앤콜'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경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터넷 금융서비스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자,이제 기로에 섰다.

온라인 금융거래에 익숙해져 편리하고 저렴한 삶을 즐길 것인가,아니면 구식 금융거래의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가.

선택은 여러분이 하시라.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