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선진화의 핵심은 바로 금융IT(정보기술) 경쟁력이다.

대형화 겸업화 디지탈화 국제화로 급속한 진전되고 있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좌우하는 게 금융IT이기 때문이다.

금융거래 방법,취급상품,영업장소등 모든 금융서비스의 영역 확장은 금융IT의 개선없이는 불가능하다.

수 많은 금융회사들이 연간 수백억~수천억원씩을 IT투자에 쏟는 것은 IT금융 시대의 무한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IT경쟁력이 곧 금융경쟁력

전문가들은 금융 IT의 무한경쟁은 국내 금융회사 간 경쟁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경쟁체제 아래에서 외국회사는 국내 금융시장 진입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보험 증권에 이어 최근에는 은행 분야에서도 선진 금융 IT 노하우를 바탕으로 거대 외국자본이 국내에 진입,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인터넷 및 초고속 통신망 보급 등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강의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금융회사의 금융 IT 수준도 세계 최정상급이다.

우리나라가 금융 IT의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증권사의 온라인 거래시스템(HTS)과 최근 전 은행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휴대폰 단말기를 통한 모바일 금융거래다.

휴대폰 하나로 주식시세를 확인하고 주문을 내고,금융 포털에 들어가 저렴한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고,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하고 은행 업무를 보는 일은 이미 일상화됐다.

'금융·통신의 융합(컨버전스)시대'가 도래한 것이며 이는 금융 IT 발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금융IT 전문가 스카우트 경쟁

금융 IT가 곧 금융경쟁력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자 은행 증권사 등의 IT팀이나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금융산업과 IT의 화학적 융합을 위한 전문가들의 스카우트 경쟁도 뜨겁다.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을 앞두고 있는 국민은행은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컨설팅 프로젝트에서 총괄 프로젝트매니저(PM)로 나섰던 현신균 전 액센츄어 상무를 최근 영입했다.

하나은행도 정보전략본부장(부행장보)으로 전 국민은행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차세대 뱅킹시스템 구축사업을 조율했던 조봉한씨를 스카우트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5월께 남승우 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를 IT기획팀장으로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IT인력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금융 IT의 중요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금융IT 스카우트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IT 수출국으로 부상

금융 IT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만큼 투자에 대한 가치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들이 매년 IT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선도한 금융·통신 컨버전스 사업을 해외로 진출시키려는 노력도 가시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중국 현지 금융기관들이 추진 중인 신용카드 가맹점 구형 단말기 교체 움직임에 자사의 모네타 시스템을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은 이미 자사의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IT 자회사인 KB데이타시스템은 인도네시아 BII은행과 IT 기술교류와 선진금융 솔루션 공동 개발을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KB데이타는 이를 발판으로 동남아는 물론 중국 중소형 은행권을 겨냥한 금융 IT 수출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 IT 분야는 상당한 기술력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만큼 국내 금융 IT의 해외시장 공략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IT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융 IT는 대부분 금융상품 거래 위주에 적용돼 거래처리에는 효과적이나 리스크 관리,원가 분석,상품개발 및 고객 분석 등 금융회사의 경영전략 수립에 필요한 IT 지원은 미흡한 편"이라고 평가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업무 효율성 제고 및 내부 경영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질적 수준이 보장된 지능형 종합 위험수익관리시스템,경영실태 평가 및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구축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