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투자자들과 기업 경영진의 만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투자유망 기업을 찾아내고 시장 정보도 교환하기 위한 '투자자·기업 경영진 모임'이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등 미국 내 기관투자자 소속 자산운용 담당자(펀드매니저)들이 증권사 주선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만나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그동안 펀드매니저들은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리서치 보고서를 참조,자금도 운용하고 투자전략도 세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투자펀드 등에도 리서치 담당부서가 따로 있을 뿐 아니라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 떨어져 아예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펀드매니저들은 관련 업종에 인맥이 넓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통해 기업 CEO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투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기업 내부정보를 소수의 투자자에게만 공개하는 것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법률에 위배되기 때문에 이들 사이의 대화는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CEO의 '몸동작'까지 눈여겨 보며 정보를 캐내기 위해 열성이다. 투자자와 기업 CEO들의 만남이 빈번해지면서 애널리스트의 역할도 크게 바뀌었다. 보고서만 작성하면 끝났던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공장견학시 투어 가이드로 나서야 하고 호텔예약도 챙겨야 하는 '이벤트 기획자'로 확대됐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는 모건스탠리 등 8대 대형 증권사들이 투자자와 기업 경영진의 미팅을 주선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도이체방크증권의 리처드 골드스미스 애널리스트는 "요즘은 메가폰을 짊어진 채 투자자들을 모시고 공장견학을 안내하는 애널리스트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와 기업 경영진과의 만남이 빈번해지면서 내부정보 유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SEC의 공정공시 법률은 '기업 정보는 모든 투자자에게 공개적이면서 공정하게 배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과연 이 법률이 제대로 지켜지겠냐"는 지적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