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油)는 1백13일분인가,아니면 74일분인가?' 고유가 사태의 완충역할을 할 국내 석유비축물량의 적정 수준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석유수급 차질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닥칠 경우 긴급 방출할 수 있는 물량이 총 1백13일분에 달한다며 정부는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국내 석유소비량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비축물량은 이에 크게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일 현재 국내 석유비축물량은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정부 보유물량 55일분(7천6백51만배럴)과 민간 보유물량 58일분(7천6백67만배럴)을 합쳐 총 1백13일분에 달하고 있다. 이는 IEA 권고 기준인 90일 수준을 웃도는 물량이다. 그러나 민간과 산업부문에서 실제 사용하는 석유소비량을 기준으로 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작년 일일 석유소비량(2백9만배럴)을 잣대로 삼을 경우 국내 비축물량은 74일분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IEA기준은 다른 석유제품의 원료가 되는 납사를 제외한 것이어서 실제 석유소비량 기준과 큰 차이가 난다"며 "적정 비축물량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정부보유 석유비축물량은 한방울도 늘어나지 않은 채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비축유 구입을 위한 에너지특별회계 예산(9백51억원)은 확보했지만 고유가 지속으로 석유를 사올 엄두도 못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예산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1.5달러를 가정해 모두 2백만배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책정됐다. 하지만 현재 두바이유는 올 초보다 배럴당 15달러 가까이 치솟은 40달러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축유 구입을 맡고 있는 석유공사는 공기업으로서 유가가 출렁거리는 현 상황에서 비축유 확보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무엇보다 오차범위가 적은 유가 예측으로 적정규모의 비축유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