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유가] 국내 '충격파'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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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우리 경제가 '장기 불황'으로 접어드는 초입에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정부는 고유가 상황에 속수무책인 '천수답 경제'의 한계를 타파하지 못한 채 국제유가 동향만 주시하고 있다.
◆4%대 성장전선에도 '비상'
국제유가가 10% 정도 오르면 국내 총생산(GDP) 증가율은 대략 0.15% 떨어지고,소비자물가는 0.25% 정도 오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경상수지 흑자도 30억달러 줄어드는 구조다.
한국이 수입하는 석유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37달러 선으로 8월 중순께 40달러를 돌파했던 때에 비하면 안정된 편이지만,최악의 경우 중동지방의 지정학적 불안정이나 수요급증 등의 구조적인 요인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연말께 45∼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연구기관들의 관측이다.
이 경우 연평균 유가는 35달러로 지난해 말 경제운용 계획을 편성했을 때의 유가 전망치(22∼24달러 선)보다 50% 정도 높은 수준이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하반기 두바이유가 배럴당 평균 40달러로 상승할 경우 '제3차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충격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은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5% 중반보다 1.2%포인트 정도 하락하고,국내 물가상승률은 추가적으로 1.2%포인트 상승해 4%를 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흑자는 정부 예상치인 2백억달러보다 65억8천만달러 정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대외 거래에서의 직접적 감소 효과만을 고려한 것이다.
물가상승에 의한 국내 소비 위축이나 세계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부진,기업 투자침체 효과까지 감안하면 4% 성장도 안심할 수 없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우려되는 '저성장·고물가' 늪
한국은행은 올해 연평균 유가가 작년 평균 유가인 배럴당 26달러보다 50% 오른 40달러를 기록한다면,경제성장률은 최대 1%포인트 떨어지고,소비자물가는 1.25%나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역시 경제성장률이 4% 선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각종 산업에서 추가적인 비용으로 생산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연구원은 두바이유 가격이 하반기에 평균 39달러를 기록하면 제조업 생산은 최고 7.05% 줄어들고,수송업은 13.16%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름을 많이 쓰는 항공업계의 타격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2백87억원,아시아나항공은 1백50억원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됐다.
손성원 미국 웰스파고 은행 수석 부행장은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수 침체와 고유가가 한꺼번에 작용하면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단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