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되자 국내 주요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배럴당 50달러 가까이 오르는 등 올해초 예상치보다 2배나 오르면서 항공 섬유 플라스틱 등 석유 관련업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태다.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주력 기업들도 비상경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재계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올해 계획했던 경영목표를 달성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한등끄기 등 에너지 절감 주력 기업들은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억제하고 점심시간 한등끄기와 같은 에너지 절감방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휴대전화 등을 비행기로 수출해왔으나 최근 고유가로 항공운임이 상승하자 일부 품목을 선박 운송으로 돌려 물류비를 절감하고 있다. LG전자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원자재 구입비용이 2%,20달러 오르면 4% 뛸 것으로 보고 강도 높은 원가절감 혁신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고유가와 철강재 가격 상승 등 전체적인 비용 상승에 따라 연구 생산 판매 등 사업부문별로 급하지 않은 투자와 지출을 억제하고 자금 관리를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내핍경영에 나섰다. 폐가스를 이용한 발전 등을 실천해온 포스코는 생산량 1t당 에너지 사용량을 현재 5백20만Kcal에서 2006년까지 4백만Kcal로 낮추는 것을 뼈대로 한 에너지 관리계획을 최근 세웠다. 에너지 절감 유형별로 관련 부서들을 묶는 전담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건설현장 차량 이동 상황을 본사에서 통합 관리해 겹치는 이동경로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물류비용을 줄이고 있다. 유통업계는 매장 온도 조정,조명 최소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여름철 매장 온도를 작년보다 1도 높은 섭씨 26도로 유지한데 이어 9월부터는 다시 1∼2도가량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가동축소?고부가 집중으로 돌파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과 섬유업계는 가동률 축소나 고부가 제품 집중으로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일부 화학섬유 업체들은 성수기에 90%를 넘었던 공장가동률을 최근 70∼80%선까지 낮추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또 가동할수록 적자만 늘어가는 폴리에스터 범용 원사의 가동을 아예 중단하거나 철거하고 수익성 높은 고부가 섬유제품이나 첨단 전자재료 생산 설비 등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효성은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면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고부가제품에 주력하고 있으며,코오롱도 OLED 등 전자재료 부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체 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공업계도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유가관리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3단계 시행에 들어갔다.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는 단축 노선 채택과 외국 항공사와의 노선 연결,항공유 공동구매 등을 통해 기름값을 아껴나가고 있다. 또 여름 성수기가 끝나면 승객이 적거나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 대해 감편 및 운휴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목표 달성 노력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은 고유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영목표를 수정하지 않고 계획대로 달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경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경영목표를 수정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국제유가와 국내 경기를 고려해 올해 내수판매 목표를 당초 71만대에서 60만5천대로,기아차도 41만5천대에서 29만5천대로 하향조정했으나 매출과 순이익 등 경영목표는 고수키로 했다. 올해 유가를 WTI 기준 30달러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짰던 항공업계도 유가 상승으로 대한항공이 4천억원,아시아나항공은 2천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경영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행진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기업들의 내년 경영목표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