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연출 이성주)이 4일부터 전파를 탄다. '불멸의 이순신'은 민족의 영웅인 이순신의 내면을 파고들어 영웅 신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격동기를 살았던 인간 이순신의 절망과 고뇌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 KBS는 1일 오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불멸의 이순신' 시사회를 갖고 그 동안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 이 작품을 처음 공개했다. 이 작품은 국내 TV 사상 최고의 제작비인 350억 원을 투입하고, 무명이었던 김명민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등 방송 전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다. 1일 공개된 '불멸의 이순신'은 1-4부의 내용을 1시간 분량으로 압축한 것. 작품은 우선 영웅신화로 두껍게 포장된 이순신을 깼다는 점에서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김명민은 자신의 연기에 대부분 기대고 있는 이 작품에서 절제된 연기와 고뇌에찬 눈빛으로 이순신의 내면을 밀도있게 녹여냈다. 영화 '소름'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낸 김명민은 KBS 2TV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한고은의 애인 역으로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김명민이 보여줬던 고뇌하는 내면 연기가 이 작품에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이성주 PD는 김명민의 연기에 대해 "120% 만족한다"며 "이순신 역을 소화하는 배우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고 우수, 슬픔, 고뇌 등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데 김영민 씨는 두 가지를 잘 해내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연기자는 김영남 장군 역의 유태웅. 그 동안 청춘물에서 부잣집 아들 역을 주로 맡았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느끼함'을 말끔히 씻어내고 이순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의리남 '이영남' 장군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여자에게 잘하는 남자'의 표상에서 나약한 임금 '선조'로 나오는 조민기나 유학자 유성룡을 연기하는 이재룡의 사극 출연도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투장면에 나오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특수 분장 등은 좀더 보완해야 한다는 느낌을 줬고,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전투신의 비중이 큰 이 드라마에서 전투장면의 박진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라 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