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운용 중인 57개 기금에 대한 '존치평가 잠정안'이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단독 보도된 지난달 3일 오후.서울 시내 가판대에 신문이 배포되자마자 기자의 핸드폰이 쉴새없이 울려댔다. 발신처는 크게 두 곳.우선 기금 관계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왜 우리 기금이 폐지대상이냐"는 항의에서부터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문의까지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양했다. 뒤이어 기금존치평가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 공무원들이 기자를 다급하게 찾았다. 그러나 기금관련 직원들과 달리 질문은 오직 한 가지였다. 자료를 어디서 구했느냐는 것.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다음날인 4일.예산처 출입기자들의 e메일에는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대한 해명'이라는 한 장짜리 자료가 배달됐다. 예산처가 지적한 기사의 오류는 크게 두 가지.해명자료는 우선 "정부는 기금정비방안을 확정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문장을 두세 번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사를 통해 분명히 '잠정안'이라고 언급했고 앞으로 기금정비방안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내용까지 실었는데 확정된 바 없다니.기사를 읽어보기나 한 걸까.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은 기금정비방안을 확정했다고 보도한 사실이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예산처는 두 번째로 "현재 검토 중인 내용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발표된 확정안은 기사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57개 기금 중 단지 몇 개 기금이 '단기' 폐지대상에서 빠진 것 뿐이었다. 그나마 기금평가를 담당한 교수·연구원들은 이들 기금에 대한 폐지여부를 장기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처의 해명자료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이다. 예산처에 해명자료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였다.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을 보도해 공론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건 기자의 임무가 아닌가 보다. 안재석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