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 명단 ] 김재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유영환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이정동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교수 김원규 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 실장 김재헌 FAG베어링코리아 대표이사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사회) -------------------------------------------------------------- 경제가 안좋다고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내수경기는 이미 얼어붙은지 오래고 수출증가세마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다 국제유가까지 오일쇼크 얘기가 나올 정도로 올랐다. 중국은 값싼 인건비를 무기로 전세계 제조업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우리와의 기술격차까지 좁혀오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주40시간 근무제도 역시 제조업체들에는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돌파구는 역시 생산성 혁신이다. 같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생산성본부와 공동으로 '생산성혁신특별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생산성 혁신도 결국 노사 관계의 안정에서 시작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이렇게 어려운 시절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경제환경이 악화돼있다. 기업들은 이런 최악의 경제환경 속에서도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걸림돌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김재현 회장=우선 가격경쟁력 약화가 문제다.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나라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고 물류비도 비싼 편이다. 기술경쟁력에 있어 일본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 반면 중국은 빠른 속도로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이런데도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대립적인 노사관계,정부규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다 국가 브랜드 경쟁력도 약하다. ▲김원규 실장=제조업은 그동안 국가 전체 생산성을 높이는데 효자노릇을 해왔다. 1970년에서 2001년까지 우리 경제가 매년 7.0%씩 성장했는데 제조업은 10.7%씩 증가했다. 자본과 노동의 총생산성,혹은 기술혁신을 의미하는 총요소생산성이 그동안 연평균 1.7% 증가해왔는데 제조업의 경우 3.3%씩 증가했다. 그러나 원천기술이 부족하고 부품소재산업이 취약한 약점 때문에 혁신주도형 경제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49%,일본의 6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영환 국장=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노사관계의 안정이다. 지난해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 차질액이 2조5천억원이나 됐다. 대립적인 노사관계 때문에 투자도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 기업이나 근로자나 노사관계가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 관건임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들은 윤리경영을 실천해야 하고 근로자들도 경영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노사관계의 안정을 측면 지원하는데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생산성 성과에 따라서 임금을 받는 생산성임금 협약제도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김재헌 대표=생산성 혁신도 결국 노사관계,즉 사람에 달려있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FAG는 지난 1991년 1천3백50명이 9천만개의 베어링을 생산했다. 지금은 9백98명이 2억4천만개를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던 데에는 안정된 노사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 일반노조원에서부터 경영자까지 '생산성은 곧 생존의 문제'라는데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노동생산성이나 설비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정작 생산성 향상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진국이 만드는 제품에 비해 가격은 크게 10배가 차이가 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성을 2배로 향상시켜봤자 여전히 가격 차이가 5배가 난다. 기술집약적이고 부가가치를 많이 내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정동 교수=그건 기술 혁신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술 수준이 1백이라면 일본은 1백20∼1백30 이상이다. 부품소재의 평균단가도 한국 제품은 일본 제품의 77%에 그치고 있다. 기술혁신에 헌신하는 주체들에 대한 보상이 미흡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국내에서 특허를 출원한 사람들에 대한 출원보상금은 평균 4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 많은 논문과 특허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당근'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숫자적인 실적을 채우기 위해 논문을 위한 논문,특허를 위한 특허가 양산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지난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되면서 생산성 문제가 산업현장에서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추세 속에서 어떻게 생산성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걱정이다. ▲유 국장=근무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줄면 원가가 10%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의 집중도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노동시간은 1.3배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절반 이상 떨어진다. 독일이나 미국,일본의 공장에 가보면 점심식사 시간이 짧고 식사도 간단하다. 샌드위치같은 것으로 30분 정도 간단히 떼운다. 쉴 땐 확실히 쉬지만 일할 땐 노동강도가 강하다. 절대시간이 줄어든 것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집중도를 어떻게 높이냐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김 실장=경제성장에 있어서 노동의 기여율은 70년대에는 30%였지만 지금은 15%에 그친다. 양적 노동보다는 질적 노동,즉 직원들의 숙련도가 중요해 졌다는 얘기다. 70년대에 비해 학력은 높아졌지만 직원들의 스킬이나 생산성은 오히려 줄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직원의 숙련도를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도 교육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하고 직원들도 대립을 통해 뭔가 하나 얻는다기 보다는 회사가 잘돼야 우리도 잘된다는 상생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교수=노동의 질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한다. 기업이나 산업이 성장을 해나가려면 능력없는 사람은 도태되고 능력있는 사람이 성장해야 하는데 현재는 둘다 어렵다. 현실은 능력이 없어도 도태되지 않는다. 능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다른 회사로 옮겨가기도 어렵다. 다른 회사로 옮길 능력이 높아지면 노동의 유연성도 높아져서 노사간 대립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기업은 교육에 투자를 하지 않을게 분명하다. 돈 들여서 가르쳐 놓으면 금방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것을 '교육훈련 투자에 있어서의 시장실패'라고 하는데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적 세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사회=기업이나 정부,대학 등 경제주체들이 각각 집중해야 할 과제가 다를 것 같다. ▲유 국장=과거에는 한 기업이 연구개발에서부터 생산,마케팅까지 모두 다 했다. 이제는 다양한 기업들간의 핵심역량을 어떻게 모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소기업 특유의 유연성,창의성을 어떻게 대기업의 거대자본과 결집시켜서 부가가치를 높여 나가느냐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내부에서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건 대기업 혼자만으론 불가능하다. 서로 협력하는 노력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김 실장=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해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투자의 지속적인 확대를 위해 정부의 비중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단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경제성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게 필요하다. 이밖에 산·학·연의 연계 강화,지식재산권 강화를 통한 보상 확대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이 교수=지금 추진되고 있는 혁신클러스터도 온라인상에서 구축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선진국과 맞설 방법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데 온라인 인프라는 어떤 선진국에 비해서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 보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다. ▲김 대표=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얘기할 때 중요한 것은 업종별 균형발전이다.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추진할 때 일부 품목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업계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자세를 갖춰 주면 좋겠다. ▲김 회장=생산성 향상을 위해 정부가 해줄 것은 역시 규제완화다. 안되는 것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다 풀어주는 네거티브 방식의 시스템으로 바꾸어갈 필요가 있다. 정리=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