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도 고가주와 저가주는 늘어나는 반면 중가주 주식군(群)은 쪼그라드는 주가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90년 1월과 2004년 9월1일 현재 주가수준별 상장사 분포(모든 종목의 주가를 액면가 5천원으로 환산)를 비교한 결과,5만원 이상 고가주와 1만원 미만의 저가주는 크게 늘어났으나,2만~4만원대의 중가주들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가주 붕괴현상 뚜렷 90년 1월3일 당시 2만원 이상∼4만원 미만 중가주는 상장사(6백26개)의 절반 이상(57.5%)인 3백62개로 주식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9월1일 현재(종가기준)는 전체 상장사(6백21개,관리종목 및 우선주 제외)의 15.45%인 96개로 급감했다. 반면 5만원 이상 고가주는 90년 초 2개(0.3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1개(8.21%)로 급증했다. 10만원 이상 초고가주는 당시엔 전무했으나 현재는 12개에 이른다. 1만원 미만 저가주도 90년 초 15개(2.38%)에서 현재는 3백31개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시장 전체의 부(富)가 소수 기업에 쏠리는 '산업구조의 양극화 현상'이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소위 잘나가는 몇몇 기업들의 경우 이익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가가 15년만에 10배 이상씩 치솟아 '신분 상승'한 반면 실적이 제자리를 맴돌거나 이익이 오히려 악화되는 대다수 중소형주들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며 '빈곤층'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신세계 농심 태평양 포스코(POSCO) 등 10만원대 이상 고가주들은 하나같이 기업 규모가 커지고 실적이 증가하면서 90년 초보다 주가가 10배에서 많게는 30배까지 뛰었다. ◆'80 대 20' 편중법칙 주식시장 양극화로 5만원 이상 고가주 51개 기업이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19%에 달한다. 부의 편중현상을 얘기할 때 거론되는 '80 대 20의 법칙'이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분석범위를 좁히면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상위 30위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초 50% 수준에서 현재 71%까지 확대됐다. 상위 10위 기업들의 비중도 30%에서 50% 수준으로 급증했다. 기업 실적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10대 주요그룹이 전체 상장사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달할 정도로 부의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순이익은 상장사 전체 순이익의 23.4%를 차지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