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정책으로 외환보유액을 계속 늘려온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중 1천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가뜩이나 쪼들리는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는 감세정책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한은 잉여금마저 기대할 수 없게 돼 내년 최대 7조원가량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기획예산처와 한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중 한은의 결손금은 9백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2조1천억원의 흑자를 달성했었다. 외환매입에 쓴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한은이 통화안정증권 발행규모를 늘림에 따라 지급이자가 증가한 것도 적자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상반기 중 통안채 이자로 지급된 돈은 2조7천억원으로 연간 이자규모가 5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한은 잉여금을 올해 1조2천억원으로 잡았으나 실제로는 적자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이 흑자를 내면 법정적립금(이익금의 10%)을 제외한 나머지를 한은 잉여금으로 분류,나라살림에 보태왔다. 여기에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감세정책으로 내년 1조3천억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돼 한은 잉여금(예상액)을 포함할 경우 2조5천억원가량 정부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산처는 내다보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이 2조5천억원 규모의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적자국채 발행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김병일 예산처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열린우리당이 요구한 사업들 중 일부 사업은 예산편성 내용을 조정해 충당하고 나머지 사업에 들어가는 재원은 국채를 발행해 마련할 방침"이라며 "이 경우 내년 국채발행 규모는 당초 3조원에서 6조∼7조원 수준으로 늘어나고 일반회계 기준 예산규모는 올해(1백20조원)보다 10%가량 늘어난 1백32조원 내로 억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