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골라LNG가 대한해운을 적대적 M&A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한 증권가의 즉각적인 반응이다. 골라LNG의 대한해운 인수 시도가 지난해 소버린의 SK(주) 지분 확보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M&A 가능성을 숨긴채 장내에서 지분을 꾸준히 사들인 후 경영 참여 카드를 꺼낸 점이 똑같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대주주의 지분율이 전반적으로 낮고 △증시가 사실상 외국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적대적 M&A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2,제3의 대한해운이 나타날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상장기업중 외국인지분이 최대주주보다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 포스코등을 포함 40개를 훨씬 웃돈다. ◆대한해운 M&A전 가시화 골라LNG는 지난해부터 대한해운 지분을 꾸준히 매집,편리폰즈등 우호지분을 포함한 지분율을 33.1%로 끌어올렸다. 골라LNG는 이 과정에서 경영참여 가능성을 숨긴 채 매집 이유를 '투자목적'으로 국한했으나 2일 M&A란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대한해운 대주주인 이맹기 회장측의 경영권 방어도 적극적이다. 골라LNG가 최초로 지분을 사들였던 올 초 이회장측의 지분율은 24%선이었다. 그러나 골라LNG측의 지분 확대에 맞서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35.2%로 끌어올렸다. 또 그린화재에 BW(신주인수권부사채) 형식의 우호지분 8.2%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골라LNG에는 신고 안된 지분이 상당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 규정상 펀드의 지분율이 5% 이상을 넘지 않으면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감춰진 지분이 있을수 있다는 얘기다. 또 여타 외국인 보유지분(17.1%)을 감안하면 골라LNG측의 우호지분이 50%를 넘어설 수도 있다. 자칫하면 SK사태가 대한해운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제2,3의 대한해운 잇따를듯 외국인의 시가총액비중은 올 들어 기관보다 세배나 많은 43%를 웃돌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 77%, 포스코 70%, 삼성전자 58%, 현대차 55%, LG전자 39%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대주주지분을 훨씬 웃돌고 있다. 미국의 템플턴자산운용이 5%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기업만해도 삼성중공업 강원랜드등 17개사에 달한다. 국내 우량기업이 언제든 M&A 가시권에 들어갈 수 있다. 때문에 국내 상장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매년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있다. 올 상반기 중 상장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등에 투입한 자금은 3조6천억원에 이른다. 자사주 보유총액도 지난 2001년말 8조2천억원에서 올 5월 19조1천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외국인이 지배하는 현 증시구조를 감안하면 기업 스스로 경영권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외국인은 한국증시에서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반면 국내 기관은 여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자본은 국내 기업의 주식을 팔고, 외국 자본은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적대적 M&A가 허용된 지 몇 해 되지 않아 방어수단과 감시체계가 미흡한 문제도 안고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은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기업에 국한될 뿐"이라며 "궁극적으로 국내 기관이 안전판 역할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주현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