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Ermenegildo Zegna..내 남자의 선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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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0년대 중반 '막 사입어도 10년 된 듯한 옷,10년을 입어도 1년 된 듯한 옷'이라는 남성복 광고 카피가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광고 카피가 당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두 개의 짧은 문장 안에 옷에 대한 소비자의 바람과 기대가 정확히 함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입자마자 내 몸에 착 감기는 정교한 패턴,마치 피부처럼 부드러운 촉감의 고급 소재,유행에 잘 맞으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그리고 시간도 방해하지 못하는 높은 품질력 등.그런데 과연 이런 '꿈의 옷'이 현실에서도 존재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 패션회사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는 이런 질문에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1백40여개의 원단 조각을 사용해 2백번이 넘는 재봉과 가공 과정을 거치고 스물다섯 번의 다림질,열 번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되는 이 회사의 재킷 한 벌이 그 답이다.
물론 최고의 장인이 작업 과정 내내 솜씨를 발휘한다.
또 옷감을 포함한 모든 자재는 세계 곳곳에서 골라놓은 최상품이다.
'새 것이지만 편안하고 10년이 지나도 새 것 같은 옷'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환경과 능력을 갖춘 기업이 바로 에르메네질도 제냐다.
1892년 이탈리아 북부 산간지방인 트리베로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원단공장을 물려받은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1910년 자신의 이름으로 모직공장을 세웠다.
이 회사는 독자적인 방직과 방적 공정을 개발하고 색채감이 뛰어난 이탈리아 감각의 양복감을 생산하는 등 혁신적인 회사 운영으로 곧 최고 실력의 원단업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패션회사로서의 제냐는 1960년대 남성복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회사 남성복의 품질 보증은 원자재 고르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질 좋은 호주산 메리노 울,네이멍구산 캐시미어,아프리카산 모헤어,중국산 실크 원사 등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최고급 천연원료만을 찾아내 사용한다.
전세계 패션계에서 극찬을 받는 제냐의 최고급 원단은 이처럼 세심하게 선정된 원료와 트리베로 지방 특유의 깨끗한 수질이 만나 태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자연이 준 선물을 별다른 노력 없이 사용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제냐는 시즌마다 5백∼6백가지의 실로 8백여종의 직물을 만들어 내는데 매번 혁신적인 신소재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최고급 메리노 양모 1kg에서 12m나 되는 실을 뽑아 직조한 최고급 원단 센토벤티밀라,구김이 가지 않고 통풍성이 좋은 하이 퍼포먼스,탄력성이 좋은 스트레치 캐시미어,출장복으로 적합한 트래블러 등이 제냐만이 생산할 수 있는 최고급 신소재의 좋은 예들이다.
원단 품질 검사에서도 이 회사의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직물의 흠집을 찾아내는 데는 최첨단 레이저 기술을 사용하지만 그 흠집을 수공할 때는 여전히 장인들의 바늘과 실이 사용된다.
캐시미어 원단의 솜털을 세워 더욱 부드럽게 하기 위한 빗질 과정에서는 아직도 1백년 전과 똑같이 남부 이탈리아에서 야생하는 산토끼꽃 열매를 쓴다.
제냐 남성복은 4가지 라인으로 구성돼있다.
최상급 신사복 라인인 나폴리 쿠튀르,디테일과 품질이 돋보이는 살토리얼,도시적이고 패셔너블한 Z제냐,이들보다 좀 더 캐주얼한 제냐 스포츠 등이다.
고객의 체형에 맞도록 기성복을 보완해 주는 반맞춤 시스템인 수미주라(Su Misura,이탈리아어로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라는 의미)도 제냐만이 갖고 있는 특징.완벽한 제품을 위해 본사 공장에서 다섯살 때부터 양복을 만들어온 10여명의 마스터 테일러의 지휘 아래 하루 2백벌가량만 생산해 낸다고 한다.
제냐는 현재 전세계에서 5천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4백여개의 매장에서 패션제품 판매와 원단 수출 등을 통해 총 6억1천만유로(약 8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최근 오픈한 Z제냐 매장을 포함,총 17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설현정 패션전문기자 sol@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