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태는 넘겼다.' 지난 2002년 하반기 이후 침체를 지속해온 의류 업종에 햇살이 비치고 있다. 계기는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 표출이다.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내수주인 의류업도 부각되는 분위기다. 한섬 등 업종 대표주들은 벌써 주가 상승세로 화답 중이다. 특히 백화점과 할인점의 의류 매출도 점차 늘고 있어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내수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건설업 등에 모였던 매수세가 의류업종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섬유·의복업종 지수는 지난 주말까지 나흘 연속 상승세를 지속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8월 이후 의류업종 지수 상승률은 12.5%로 건설(24.5%) 은행(20.4%) 유통(15.1%) 등을 밑돈다. 다른 내수업종에 비해 아직은 상대적으로 저가 메리트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정책 당국이 5조5천억원 가량의 재정 확대 정책을 밝히는 등 내수 경기부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만큼 상대적으로 덜 오른 내수주를 선취매하는 전략이 좋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패션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경기 순환적인 특성을 뚜렷하게 보여왔다. 수입이 줄어들고 부채가 늘면 먼저 옷같은 비필수 소비재를 줄이는 게 가계의 일반적 성향이다. 의류업체들의 지난 2년간 실적을 보면 이 같은 추세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동안 줄곧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온 한섬만 빼고는 F&F FnC코오롱 등은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F&F는 2002년 2백7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백4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올 상반기에도 이런 상황은 지속됐으나 하반기부터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 7월 할인점 의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었고,백화점 매출은 6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7월에는 3.5% 증가했다"며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반기에도 향후 전망치가 기준선 100을 돌파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