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씨(47)는 지난 87년만까지만 해도 P금속 총무과에 다니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그러던 중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김씨는 당시엔 생소했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서울 방이동에서 동업자 다섯 명과 함께 15평짜리 사무실을 얻었다.


첫 번째 기회는 이때 찾아왔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부동산 열풍이 불었다.


첫 월급을 정산해보니 직장에 다닐 때보다 8배나 많았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김씨는 단순한 주택중개만 하고 싶지 않았다.


공장부지를 매입한 후 인허가,건축,입주까지 실행하는 공장 개발에 직접 나섰다.


하지만 인허가 서류만 트럭 한 대분에 달할 정도로 법 조항이 까다로웠다.


인허가 과정이 생략되고 부지를 싼 값에 살 수 있는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씨가 '경매 전문가'로 변신한 계기다.




◆공장부지 경매 전문가로


김씨는 틈만 나면 수도권 일대의 공장을 보러 다녔다.


일반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손을 대지 못하는 영역이다보니 성공보수가 컸던 게 장점이었다.


공장부지 개발의 첫 걸음은 땅을 싸게 사는 것.경매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


특히 경매로 낙찰을 받게 되면 인허가 문제로 골치를 썩일 일도 없었다.


공장부지 입찰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고 몇 번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물건이 나왔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박스공장 부지로,총 1천7백평에 달하는 넓은 곳이었다.


입지분석을 해보니 제조공장보다 물류창고가 적당할 것 같았다.


감정가의 60% 수준인 2억7천만원에 낙찰받았다.


김씨는 이 공장을 물류창고로 개조했다.


수개월에 걸쳐 리모델링을 끝내자 외국계 섬유회사에서 관심을 표명했다.


경매낙찰 받은 지 5개월 만에 5억5천만원에 되팔았다.


1백% 이상 수익을 올린 셈이다.


출발부터 순조로웠다.


◆경매 낙찰받은 노후주택,리모델링하면 더 큰 이익


공장을 주로 취급하던 중 외환위기가 닥쳤다.


공장을 사겠다는 기업이 없는 상태에서 이 일을 계속하기 힘들었다.


주거용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용도변경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주택에 매력을 느꼈다.


지난 2001년 4월 경기 파주시 금촌동에 대지 70평,건평 1백28평짜리 4층 건물이 경매로 나왔다.


1층은 식당,2∼4층은 노후주택인 근린주택이었다.


감정가가 5억7천만원이었는데,입찰가가 2억8천5백만원까지 떨어졌다.


도로 안쪽으로 깊게 위치한 연장부지(자루형 토지)인데다 상권형성이 미미한 일반상업지역이어서 일반인들이 기피했기 때문이다.


건물 관리상태도 좋지 않아 슬럼화되고 있는 단계였다.


단독으로 입찰해 2억8천5백20만원에 낙찰받았다.


입지를 분석해보니 인근에 파주시청 경찰서 등 관공서가 밀집돼 있었다.


연장부지라 상업시설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임대수입을 올리기 위해 원룸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4층 건물에 총 16개의 원룸이 나왔다.


이때 들어간 리모델링 비용은 1억2천만원.내부에 에어컨과 최신 주방시설을 넣고 외벽도 새로 칠했다.


낙찰가와 합할 경우 총 4억여원이 투입된 셈이다.


리모델링이 끝나가면서 임대도 동시에 이뤄졌다.


가구당 보증금 5백만원에 월 30만∼40만원씩 받았다.


2년동안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약 7억원에 되팔았다.


차익도 차익이려니와 2년간 보유하면서 올린 수익률도 연 12%에 달했다.


김씨는 연 12%의 수익률이 건물가격 상승에도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개발가치 높으면 감정가보다 비싸도 응찰


지난 2002년 서울 방이동에서 지은 지 10년 넘은 4층짜리 노후주택이 경매물건으로 나왔다.


16가구가 살고 있는 다가구주택이었다.


대지 98평,건물 2백평인 이 주택의 감정가는 8억원.인수임차금(낙찰자가 떠안아야 하는 세입자의 임대보증금)도 9천7백20만원에 달했다.


지하철 5호선의 역세권에 위치하고 있었고,주변에 근린공원이 있어 주거환경이 쾌적한 편이었다.


학군과 주차시설 등도 나무랄데 없었다.


김씨는 이 주택을 낙찰받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임대목적으로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10여명이 동시에 응찰할 정도로 경쟁이 붙었다.


김씨는 응찰가를 7억2천4백만원으로 써냈다.


인수임차금까지 고려할 경우 감정가보다 2천여만원 비싸게 써낸 가격이다.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은 김씨는 이 주택의 용도를 '다세대주택'으로 바꿨다.


다세대주택은 세대별로 소유권을 인정하는 점이 다가구주택과 다르다.


김씨는 이 노후주택을 철저하게 젊은 층을 겨냥해 리모델링했다.


건물 내부와 외벽을 밝은 색으로 통일했다.


좁은 방을 넓게 보이도록 코너를 둥글게 만들었고 수납공간을 최대한 많이 설치했다.


화장실에는 비데와 샤워부스까지 넣어 젊은 층의 취향에 맞췄다.


김씨는 이 다세대주택을 한 개씩 떼어 분양했다.


총 16가구 가운데 12가구를 1억2천만원씩,반지하의 4가구를 1억원씩 팔았다.


매입가와 리모델링 비용을 모두 제하고도 4억원가량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