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 몇년 전 미국의 한 저명한 기업경영 전문지에서 조사를 해보았다. 1백년이 넘는 기간 미국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법원의 판결 10개를 선정해본 것이다. 단연 1위에 오른 판결은 1919년 미시간주 대법원이 내린 포드자동차(Dodge v. Ford Motor Company)사건이다. 이 사건은 당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던 포드자동차의 지배주주인 헨리 포드가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 지급계획을 폐기한 데서 출발했다. 닷지(Dodge) 형제는 포드자동차의 주주들이었는데 회사의 그런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헨리 포드의 배당금 지급중지 결정은 실제로 누가 보더라도 훌륭하고 존경받을 만한 이유에서 행해졌다. 포드의 생각은 회사의 사업이 너무나 잘 됐기 때문에 주주들은 돈을 벌 만큼 벌었고 이제는 사회를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었다. 즉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익을 사내에 유보해 회사의 수익 규모가 크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자동차의 판매가를 낮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보다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좋은 보수를 주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포드의 생각에 대해 미시간주 대법원은 "영리회사는 원칙적으로 주주들의 투자수익을 위해 조직되고 운영된다"는 바이블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포드가 개인 돈을 사용해 위와 같은 목적의 사업을 하는 데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겠으나 회사의 돈을 사용해서 그런 사업을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회사도 자선이나 기타 사회사업을 위한 지출을 할 수는 있으나 그런 지출을 함에 있어서는 일정한 장기적인 사업상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여기서 장기적인 사업상의 이유란 회사 수익의 궁극적인 극대화와 그로 인한 주주들의 부의 증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렇지만 미국의 회사법전은 회사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유일한 최고의 목적으로 해 운영돼야 한다고 규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법관과 법률전문가들은 그 원칙을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법경제학자들은 주주이익의 극대화라는 목표가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일뿐 아니라 종업원,채권자,사회전반 등 이른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해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학술적으로 잘 규명해 놓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이 1970년 9월13일자 뉴욕타임스에 발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다'라는 제목의 유명한 평론이 이런 시각을 대변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이 윤리경영과 함께 세계적인 연구과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여기서 흔히 잊기 쉬운 것이 있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 함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를 공정하게 분배하며 많은 세금을 내고 기술발전의 통로가 돼서 여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역할을 하라는 의미다. 영리기업이 사회사업을 지원할 수는 있으나 직접 그 일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사고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과서가 기업의 목적이 사회봉사라고 강조하는 것은 비약이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할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미래 어떤 시점에서 비효율성 발생의 원인이 될 것이다. 즉 현재 생산활동 주체들의 노후 복지수준을 저하시킬 것이다. 우리나라 어떤 회사의 경영진이 R&D(연구개발)투자를 줄이고 신규 사업을 자제하며 배당을 중지하고 임직원 보수를 삭감해 사회 사업에 치중하기로 했다면 이에 동의할 주주,종업원,채권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무자비한 (외국의) 경쟁회사들은 그 뉴스를 어떻게 취급할까? 위 판결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포드상표가 부착된 자동차를 아직 타고 다닐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