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1000시대 열자] 제1부 : 투신은 단기자금 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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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를 우리말로 풀어쓰면 '투자신탁(投資信託)'이 된다.
'돈을 믿고 맡긴다'란 얘기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선 이 의미가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돈을 맡아서 운용하는 기관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돈을 빼내려는 투자자가 훨씬 많아졌다.
증시가 상승세를 탔던 지난해 투신권에서 7조9백억원이 유출된게 이를 말해준다.
상승장을 이용,원금을 찾으려는 개인들의 환매가 이어진 결과다.
올해도 8월말까지만 5조5천억원이 빠져 나갔다.
투신사에 대한 불신은 자금운용의 초단기화로 나타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전체 펀드(6천3백43개)중 3년 이상된 펀드는 38%(2천4백81개)였지만 수탁고는 19조8천억원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반면 1년 미만된 펀드 수탁고는 82조원으로 전체의 48%에 이르고 있다.
투신사가 단기자금 운용처로 전락햇다는 얘기다.
기관은 왜 신뢰를 잃었을까.
'관치 후유증'이 첫번째 이유다.
지난 68년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생겨난 투신사는 설립 명분과는 달리 정부의 '증시 부양 도구'로 이용되고 말았다.
한국투신 대한투신 국민투신 등 3투신에 각각 1조원씩 강제로 주식을 사게했던 지난 1989년의 '12·12 증시부양조치'가 부실의 시발점이었다.
외환위기는 결정타를 날렸다.
대우사태에 따른 펀드 환매 연기조치는 고객의 투신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결정적 계기가됐다.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투신사는 고객의 돈을 제때 내주지 못했고,고객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2002년 투신사는 카드채와 SK글로벌 채권을 대거 편입하다가 또 다시 환매대란을 겪었다.
업계의 모럴헤저드도 빼놓을 수 없다.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기 보다는 물타기등을 통해 수수료를 챙기는 증권사 영업방식은 이제 그 대상이 선물과 옵션으로 이전돼 있을 뿐 아직도 '진행중'이다.
사모펀드 손실을 개인연금 등 일반 공모펀드로 이전시키는 등의 불투명한 운용도 문제였다.
그 결과 3∼4년전만해도 6백만명을 넘었던 투신사의 개인고객은 지금은 2백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