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여성 송금 등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해외 자본유출 단속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불법으로 이뤄지는 외화유출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어 이같은 조치는 오히려 때늦은 감도 없지 않다. 사실 국내자본의 해외 유출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는 별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미 미국이나 중국,호주 등의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흘러간 뭉칫돈이 떠돌면서 현지의 부동산과 골프회원권 등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 것은 오래전부터다. 당국의 외환거래사범 적발통계만 보아도 이같은 불법 자본유출의 심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올 7월까지 적발된 불법 환치기 거래는 3백5건,1조1천2백41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수로 2배,금액으로는 무려 10배 이상 늘었을 정도다. 더구나 이는 드러난 규모이고 숨겨진 불법거래가 얼마에 이를지는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합법적인 해외송금도 만만치 않다. 증여성 송금,해외이주경비 등 경상이전수지 대외지급액만 하더라도 7월까지 68억2천3백3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 여기에 매달 1조원 가까이 빠져나가는 해외여행과 유학ㆍ연수경비도 이중 상당액이 재산유출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돈이 빠져 나가는 것은 국내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탓이 크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으로 나라 경제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고 있기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가진 사람들을 기득권층으로 몰아세우는 우리 사회의 반기업·반부유층 정서도 한몫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불법 외환거래는 국부를 유출시키는 범죄행위일 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와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더 깊은 주름살을 줄 수밖에 없다. 불법 송금에 대해 보다 철저한 단속과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 외화송금,해외 부동산 취득 등의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검토·보완함으로써 불법 자본유출의 소지를 없애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속만으로 자본유출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돈이 국내에 남아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될 수 있도록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치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투자확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