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이 지난달 12일 콜금리 목표치를 인하한 이후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던 국고채 금리(유통수익률)가 이달들어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선 "금리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금리 하락을 부채질했던 9월 콜금리 추가인하 예상도 물가불안으로 인해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여전히 연내 적어도 한차례 추가 콜금리 인하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 국고채 금리는 조정 후 다시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단기 급락에 따른 조정 콜금리 인하(연 3.75%→3.50%) 직전인 지난달 11일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04%였다. 이후 줄곧 하락,지난달 31일에는 연 3.56%까지 내려앉았다. 20일동안 0.48%포인트 하락,콜금리 인하폭(0.25%포인트)의 약 두 배에 달했고 격차는 0.06%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는 국채 외에는 별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린 데다 향후 국채 발행물량도 충분히 소화할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9월 중 콜금리 추가인하 예상까지 더해지면서 국고채와 콜금리 간 역전현상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1일 8월 중 소비자물가가 3년1개월 만에 최고인 4.8%나 오른 사실이 발표되면서 시장 분위기는 매도우위(금리 상승) 쪽으로 돌아서 연 3.62%까지 반등했다. ◆9월 콜금리 인하 "글쎄요" 금리 하락세가 멈춘 데는 9월 콜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상당부분 작용했다.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한은이 '4%대 물가'를 무시한 채 두달 연속 콜금리를 내리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세종증권은 "물가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 추가적인 콜금리 인하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김범중 연구원은 "물가오름세가 10월이면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돼 한은이 이때를 추가 인하시기로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9월 콜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며 국고채에 '사자'주문을 쏟아내던 시장분위기도 일단 주춤해졌다. 한은도 최근 '콜금리 인하 이후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서 "콜금리 인하효과가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국고채 과(過)매수 기조에 압박을 가했다. ◆금통위 결과는 미지수 이처럼 시장은 신중론으로 돌아섰지만 9일 열릴 금통위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어차피 물가보다 경기를 택한 한은이 콜금리 추가인하를 통해 정부·여당의 적자재정,감세 등 '부양책 퍼레이드'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여전히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달처럼 한은이 예상을 뒤엎고 경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논리를 앞세워 또 한번 전격적으로 콜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은 입장에선 물가 부담 외에 콜금리 인하 효과가 없다는 비판을 감당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은 몫이기 때문이다. 이번 금통위 결과에 채권시장은 물론 정부와 가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