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5일 발표한 하반기 채용의 특징은 지난 2000년 이후 폐지했던 그룹 차원의 공개 채용을 부분적으로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각 계열사의 지원서 접수 기간과 1차 적성검사 시험 날짜를 통일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그룹 단위의 채용광고도 내기 시작했다. 그룹 공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처음부터 희망 회사를 정해 지원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그룹 단위로 신입사원을 뽑아 계열사에 배분해오던 주요 대기업은 4∼5년전부터 계열사별 수시채용 방식을 취해왔다. 삼성은 이번에 그룹 차원의 동시 채용을 통해 수시채용으로 희박해질 수 있던 그룹사 임직원간 소속감과 일체감을 강화시킨다는 구상이다. 또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20% 이상 확대해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삼성 하반기 채용의 또 다른 특징은 출신대학이나 전공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구개발 기술 디자인 등 일부 전문기술직군을 제외한 전 직군에 대해 전공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소정의 외국어 실력(토익점수 인문계 7백30점,이공계 6백20점)만 갖추면 서류심사 없이 1차 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한자 문화권 비즈니스 확대를 감안해 국가공인 한자능력 검정자격 소지자에게는 가점까지 주기로 했다. 여성 인력채용도 지난해보다 6백명 이상 늘어난 2천4백여명에 이를 전망이어서 여성 대졸 취업자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수시모집 형태를 고수하고 있는 다른 그룹들은 삼성의 동시채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취업생들의 삼성 선호 성향이 더욱 뚜렷해져 '쓸만한 인재'들을 모조리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일부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삼성이 1차 시험 날짜로 정한 10월10일은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삼성에 모든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삼성과 같은 날 1차 시험이나 면접을 치러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