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心與心' 열린우리 다시 좌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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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좌측 깜박이'를 켰다."
6일 열린우리당의 '쟁점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의도 정가에서 터져나온 말이다.
국가보안법과 출자총액제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당내 보수·실용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우향우(右向右)'로 향했던 당의 정책노선이 노무현 대통령의 제동으로 다시 개혁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을 빗댄 것이다.
확고한 당정분리 원칙에도 불구하고 '수석당원'인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갖는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보안법 폐지로 가닥=열린우리당은 그간 논란이 돼온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내 폐지론과 개정론이 팽팽히 맞서 교통정리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으나 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며 폐지론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하루만에 '폐지 후 형법보완'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양상이다.
당장 당 지도부는 이날 상임중앙위에서 보안법 폐지를 합창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보안법이 없으면 국가안보가 흔들리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선동이며 국가안보를 빙자해 국민의 기본권을 부인하는 파시즘"이라고 비판했다.
신중한 접근을 통한 당론결정을 천명했던 지난주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유재건 안영근 의원 등 개정론자들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현 단계에서 국보법의 전면폐지는 시기상조이며,당론이 폐지로 정해지더라도 대폭 개정에 준하는 대체입법이 마땅하다"며 개정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당론수렴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출자총액제 유지로 기울어=출자총액제한 완화논란도 노 대통령 뜻에 따라 유지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출자총액제 유지 당론에도 불구하고 완화하자는 주장이 일부 경제통은 물론 386 의원들에게까지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손 놓고 있던 지도부가 뒤늦게 노 대통령과의 '코드 맞추기'로 당내 반대 목소리 잠재우기에 나섰고 완화를 주장했던 의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홍재형 정책위원장은 "최근의 당내 폐지 완화주장은 정확한 이해부족 때문"이라면서 "네가지 졸업기준을 적용하면 대상이 12개로 줄뿐 아니라 대부분 기업집단은 투자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기업 총수가 소유지분 4%로 그룹 의결권 45%를 갖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환상적인 다단계 순환출자로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연구결과 출자총액제가 투자와 직접 관계가 없으며 과거 이 제도 폐지 후 투자는 늘어나지 않고 주가를 부풀리는데 사용됐다"면서 "소모적 논란을 접고 법안 통과에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간 출자총액제한 완화를 주장했던 김종률 의원 등은 "상임위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재창·박해영·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