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걸림돌은 고유가보다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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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다음 쇼크는 고유가보다 가계 기업 정부 등의 막대한 부채에서 촉발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구조 변화로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온 반면 저축률 하락,무역적자 급증,재정지출 확대로 부채가 총체적으로 급증하면서 미국 경제에 '차기쇼크'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빚이 2000년대 들어 급증했다는 점에서 부채 문제는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 경제의 다음 충격은 석유 아닌 부채"=경제칼럼니스트 대니얼 그로스는 5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다음 충격은 석유 아닌 부채'라는 기고를 통해 "미국 경제가 유가부담은 견뎌낼지 모르나 부채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경고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2001년 초부터 2003년 말까지 추가 창출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조3천1백70억달러인 데 비해 부채는 같은 기간 무려 4조2천억달러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GDP 기준으로 미국인들이 1달러를 만들어낼 때마다 3.19달러의 부채를 새로 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을 제외한 미국의 부채를 GDP와 대비하는 비율은 1988~2000년 1.80선을 유지하다 최근에는 사상 처음으로 2를 돌파했다.
그로스는 미국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로 재정적자 급증,무역수지 악화,저금리에 따른 저축률 하락 등을 꼽았다.
특히 저금리로 소비자들이 저축보다는 부동산투자를 선호하면서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부담이 소득증가율을 훨씬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저축률 하락 역시 재정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금리 추가인상 땐 부채파장 커질듯=최근 수년간 미국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음에도 불구,경제적 심각성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은 저금리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 97년 미 정부가 5조4천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을 때 한 해 이자가 3천5백60억달러였으나,지난해에는 빚이 6조8천억달러로 늘어났음에도 이자 지급액은 3천1백80억달러로 오히려 감소했다.
가계나 기업부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들어 금리인상 행진에 시동을 걸면서 부채파장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연율 기준으로 5.4%인 30년만기 모기지 금리가 내년 2월에는 7.5%로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그로스는 "산업구조 변화와 에너지효율성 제고로 1달러 창출에 투입되는 석유와 천연가스 비중이 지난 73년에 비해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