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9:49
수정2006.04.02 09:51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국무총리 공관 관계자들은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이해찬 총리가 3일 연속 오찬간담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초청된 손님은 외국인 투자기업 최고경영자(CEO),교수(서울대 황우석)와 기업인(김재철 무역협회장),정치인(5당 정책위 의장)등으로 다양했다.
모임의 성격은 달랐다.
그렇지만 공통된 흐름은 "경제살리기"를 위한 장단기 대책을 논의하는데 맞춰졌다.
이 총리는 황 교수 일행에겐 난치병치료 연구에 정부가 돕겠다고 약속했다.
외국 기업인들에겐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겠으니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줄 것을 주문했다.
여야 정치인들에겐 경기 활성화와 관련된 8개 민생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부탁,동의를 얻어냈다.
이 총리가 경제현장을 누비는 시간도 많아졌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 목표인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과거 대통령을 대신해 행사에 참석하는 게 중요한 임무였던 '대독(代讀) 총리'와는 딴판이다.
물론 '책임총리'로서 대통령이 관리하지 못하는 일상적인 경제과제를 챙기기 위한 행보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가)전문적인 영역은 관련 경제부처에 맡기되 부처간에 상충되는 정책은 미조정하는 등 뒤에서 경제팀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5선 의원인 이 총리에게선 안정감과 경륜이 돋보일뿐 '좌파적 성향'은 보이지 않는다.
그가 즐겨 쓰는 '국가발전을 위한 3대 기본축'은 △개방과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 △연구개발(R&D) 투자에 의한 기술력 제고 △인적자원 개발이다.
바로 여기에 이 총리의 경제철학이 스며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해석이다.
그가 강조하는 '중심부로 가자(move to center)'는 말속에서도 중도보수의 색채가 풍긴다.
내수침체에서 벗어나려면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는 것이 이 총리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한준호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만나 투자계획을 조기집행하고 내년 투자도 늘려달라고 요청한데 이어 오는 13일까지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KT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 CEO와 연쇄 접촉할 예정이다.
지난 3일에는 포스코 경영진과 기술진을 격려했다.
4일에는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등을 만나 중소기업이 당면한 '아픔'도 청취했다.
이 총리가 이처럼 '경제 챙기기'에 열심인 것은 '경제 활성화가 곧 국정안정'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주변의 조언을 받았다기보다는 자신의 의정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장기 국정개혁 과제는 대통령이,단기 현안은 총리가 맡는다는 차원에서 진행 중인 대통령과 총리간의 철저한 역할 분담'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권준비'와는 무관하다는 해석이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