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한해 동안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14조7천억원이고 그 처리비용만도 4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만한 돈은 연간 자동차수출액에 육박하고 국내에서 소비되는 농·축·수산물 수입액을 훨씬 상회하는 액수다. 뿐만 아니라 서울 상암동 축구장을 70개 이상 지을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계산은 차치하고라도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피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매립을 하면 다량의 침출수가 흘러나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소각을 할 경우에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또한 골치아픈 음식물 찌꺼기는 이를 처리하는 부지 선정 등을 둘러싸고 지자체간의 갈등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일이겠지만 이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음식물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분리수거 등을 하고 있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아직도 생활쓰레기의 20%를 넘고 있다. 선진국의 10%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음식물 쓰레기가 이제는 사회운동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불교수행공동체인 정토회가 발기한 소위 '빈그릇 운동'이 그것인데,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1백일 동안 전국을 돌며 거리 캠페인을 벌이게 된다. '나는 음식을 남기지 않겠습니다'라는 서약과 함께 환경기금 1천원도 기부받는다. 먹을 만큼만 덜어 음식을 남기지 않는 '쓰레기 제로운동'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30%에 불과하고 아직도 결식아동이 16만명이나 되는 현실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음식물을 남기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득이 되고 환경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운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주민들 스스로가 음식물 찌꺼기를 가공해 퇴비로 재활용하고 있는데 차제에 이런 제도도 한번쯤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