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규제장치들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선키로 한 것과 관련,어떤 조항들이 언제 어느 정도의 폭으로 개선될 것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보다 안심하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업인수·합병(M&A) 관련 법령의 문제조항들을 최대한 손질한다는 방향은 잡았지만,기업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만큼 법령을 뜯어고치기에는 여건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한다.


국내 증시의 절반 가량을 이미 초국적 국제 금융자본이 차지하고 있는 터에 제도를 급속히 손댈 경우 외국인 투자의욕을 꺾는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이에 따라 현행 규정들을 세밀하게 훑어본 뒤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에서,덜 민감한 규제들을 먼저 고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왜 고치나


신해용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상장기업 지분의 40% 이상이 외국인에게 넘어간 만큼 어떤 기업도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SK㈜에 이어 외국인들의 '기업 사냥' 표적에 올라있는 대한해운 세양선박 범양상선 등의 운명이 모든 국내 기업들에 더이상 '강건너 불'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다른 회사 지분을 순자산의 25% 이상 취득할 수 없도록 제한한 규제)나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제도(재벌 소속 금융회사들의 자기 계열사 의결권을 30% 이내로 제한한 규제) 등 재벌정책과 관련된 각종 차별적 규제에 묶여 경영권 방어에 애를 먹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규제들을 개선하는 문제는 '재벌정책'과 잇닿아 있는 만큼 일단 정치권에 맡겨두고,현행 경영권 방어규정 중 국제적 기준에 미달하는 것들부터 먼저 손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어떤 것이 고쳐지나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공개매수기간 중 증자 허용방안이다.


현행 증권거래법(21조)은 기업이 공개매수 대상이 되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신주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주식 관련 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정부는 다른 나라에는 이런 규제가 없는 만큼 정비가 가능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또 "장내에서의 공시규정이나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에 관한 규정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갖게 됐을 때 '단순투자'인지 '경영권 확보목적'인지 투자목적을 명확하게 밝히고,나중에 보유 의도가 바뀌면 다시 공시토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


◆시장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


올 초 SK㈜ 주총에서 나타났듯 공격자와 방어자가 의결권 위임장을 통해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피인수대상 대주주나 임원,특수 관계인들은 의결권 위임을 1명의 주주에게라도 권유하면 이를 곧바로 감독당국에 신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기타 주주는 10명 이상 권유해야 이 같은 의무가 생기고,공격자측에는 그 같은 의무가 전혀 없는 것에 비해 불리한 규정이다.


이 같은 규정도 바꾸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제도 개선 구상에 대해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관의 수급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