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대목을 앞두고 있는 사채시장에 냉기가 감돌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몰리는 추석은 그동안 사채시장에 있어 최고의 대목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사채시장마저도 불황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없으면 쓰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사채시장에서 추석 특수가 사라졌다"는 게 명동 사채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사채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BB+급 어음의 할인금리는 월 1.3∼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초에 비해 0.1%포인트 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어음중개업체인 인터빌의 한치호 부장은 "통상 추석 2주 전에는 중소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많아 어음 할인금리가 0.3∼0.5%포인트 정도 오르게 마련"이라며 "하지만 올해는 유달리 자금수요가 없어 금리 인상폭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사채업자도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재무담당 직원들의 전화나 방문이 거의 없고 어음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며 '썰렁한' 시장분위기를 전했다. 상품권 할인시장도 위축되긴 마찬가지다. 명동의 상품권 할인업자는 "2∼3년 전만 해도 명동 일대에서 영업하던 상품권 할인업체수는 1백여개에 달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20∼30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개인 신용카드로 대형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할 수 없도록 제도가 바뀐데다 가계소득이 감소해 상품권 할인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급전(急錢)'(한도 5백만원,연리 66%)을 빌리기 위해 대금업체를 찾는 금융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하다. 국내 최대 대금업체인 아프로에 따르면 지난 8월 넷째주 대출을 신청한 사람은 총 1천4백9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첫째주 대출신청자 1천5백45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아프로의 이재선 팀장은 "2∼3년 전만 해도 추석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급증했지만 올해는 추석 특수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