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화폐개혁을 통해 액면단위를 낮추거나 고액권을 발행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물가가 오르면서 기존 화폐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져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화폐의 액면단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인 터키는 내년 1월1일부터 화폐단위를 1백만분의 1로 줄이는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키로 했다. 여섯 자리의 '0'이 일괄적으로 없어지는 셈이다. 그 동안 터키는 살인적인 인플레로 화폐가치가 급속히 떨어져 커피 한 잔 가격이 1백만리라를 웃돌 정도였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불가리아가 지난 99년 화폐 액면단위를 1천분의 1로 축소하는 디노미네이션을 실시했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 중인 루마니아는 내년 7월 화폐단위를 1만분의 1로 바꿀 계획이다. 이 밖에 탈레반 정권 아래에서 화폐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아프가니스탄은 경제안정과 물가불안 심리 억제를 위해 지난해 1월 1천분의 1로 화폐단위를 변경하고 유로화에 대한 환율을 대폭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했다. 한국도 전쟁 중이던 1950년에 이어 53년 및 6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50년 8월의 화폐개혁은 전쟁 중 북한군이 탈취한 돈의 통용을 막기 위해 취해진 조치로 그 동안 유통되던 조선은행권을 한국은행권으로 교환토록 했다. 53년과 62년에는 화폐단위를 일정비율로 떨어뜨리는 디노미네이션이 병행됐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