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단위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1천원인 화폐를 1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에 1천원하던 물건의 가격은 1원으로,1만원짜리 물건의 가격은 10원으로 낮아진다. 반면 고액권 발행은 말 그대로 5만원 또는 10만원 짜리 고액권을 새롭게 발행하는 것이다. 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발행은 경제규모에 비해 화폐의 액면가격이 너무 작아서 생기는 거래상의 불편을 덜어주는 한 방안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그러나 차이점도 존재한다. 디노미네이션은 거래상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 외에도 국내 통화가치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달러 대비 화폐가치가 가장 낮은 기이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이후 국내에서 디노미네이션 필요성이 재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디노미네이션은 고액권 발행과 달리 각종 지표들의 단위를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 정부 한 해 예산(약 1백20조원)을 표시할 때 0을 무려 13개나 붙여야 하나 1천 대 1 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하면 10개만 표시하면 된다. 그러나 디노미네이션은 고액권 발행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우선 기존 화폐를 새로운 화폐로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각종 회계프로그램 및 지급결제 시스템을 바꾸는 데도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이 밖에 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할 경우 물가가 상승하고,소비자들이 자산가치에 대한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1천 대 1의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계산상으로는 현재 9백원인 서울시 지하철 보통 승차권의 가격은 0.9원이 돼야 하나,편의상 1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0.1원만큼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통상 고액권 발행이 디노미네이션에 비해 보다 손쉬운 화폐개혁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효과는 그만큼 제한적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