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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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당첨됐습니다!'
동창모임 행운권 한번 뽑혀본 적이 없고 따라서 도통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
그래서일까. 당첨이나 공짜를 미끼로 한 바가지 상술엔 끝이 없다.
예전엔 시외버스 등에서 번호표를 나눠준 다음 당첨자에게만 한정 수량을 특별히 싸게 판다고 속여 형편없는 물건을 비싼 값에 떠넘기더니, 지금은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한 뒤 같은 수법을 쓴다.
그런가하면 거리에서 공짜 마사지권을 준 다음 찾아가면 마사지를 해주는 대신 터무니없이 비싼 화장품세트를 팔거나 장기계약을 하게 만드는 일도 잦다.
강제는 아니라지만 분위기상 그냥 나올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당하는 사람은 나이든 층이나 여자,그것도 형편이 빠듯한 이들인 수가 많다.
남편이나 아내 혹은 자식을 위해 뭔가 사주고 싶지만 돈이 없어 망설이던 사람,예뻐지고 싶지만 지갑이 빈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혹은 서비스)을 공짜 혹은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속여 바가지를 씌우는 셈이다.
공짜의 유혹이 너무 커서일까,당첨이란 말이 지닌 마력 탓일까,불황 때문일까.
공짜나 당첨을 내세운 사기사건이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이다.
배송비만 내면 고급 귀금속세트를 준다고 해놓곤 싸구려 물건을 보낸 일당이 잡혔는가 하면,백화점 상품권을 대폭 할인해준다고 광고한 뒤 돈만 받고 튀는 일도 있다는 보도다.
공짜 혹은 할인상품을 원하는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어떻게든 돈을 절약해보려는.그러나 백화점 상품권은 신용카드로 팔지 않고 현금으로 사도 단돈 1원을 안깎아준다.
인터넷사이트나 구두가게 등에서 할인해준다고 해도 최대 7∼8%를 넘지 않는다.
경제학자의 말을 빌릴 것 없이 공짜는 없다.
곗돈을 가로채는 계주일수록 처음엔 사람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는 등 선심을 쓴다.
셰익스피어는 '티루스의 왕자 페리클레스'에서 "가장 훌륭한 쇼를 제공하는 자는 가장 큰 기만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공짜에 혹하기 전에 상식을 벗어난 광고나 제안은 따져보는 게 순서요 도리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