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접대비실명제'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백화점 상품권 매출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7일 한국백화점협회 등에 따르면 상품권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4월까지 판매액은 146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판매액인 2040억원에 비해 28%(580억원) 가량 급감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4월까지 643억원의 상품권을 판매해 지난해 동기 판매액 807억원에 비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경우 5월과 6월 두 달간 상품권 판매액이 155억으로 작년 동기 240억원과 비교해 35%(85억원)나 줄어 더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백화점 3사 가운데 상품권 매출이 가장 적은 신세계의 경우 할인점 판매분의 호조로 지난 4월까지 489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동기 406억원에 비해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묘한 대조를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상품권 구입이 크게 줄었다"며 "국세청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상품권 판매 감소의 주범은 접대실명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품권 판매액 추세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급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추석대목에 이 같은 추세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하반기 상품권 매출 전망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도 "상반기 백화점 3사의 상품권 매출은 7700억원 정도로 작년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이를 분석해보면 접대실명제 등으로 줄어든 매출이 할인점 판매나 점포수가 늘어난 것으로 대체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수출업체는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일반 제조업이나 중소기업은 내수경기 침체로 전반적인 지출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예를 들어 접대비 지출이 많은 건설업종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급랭으로 적극적인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백화점 상품권 판매 감소도 내수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기업들이 구매를 줄이고 있는 것이지 접대비 실명제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LG경제연구소는 이에 앞서 비금융상장기업 중 판매비와 관리비의 세부 항목을 공시한 521개 기업의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각 해의 1/4분기 매출액 대비 접대비 비중을 분석한 결과 접대실명제가 시행된 올해 접대비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00년 0.15%를 기록했던 매출액 대비 접대비 비중은 2001년 0.13%, 2002년 0.14%, 2003년 0.15% 등으로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해 1/4분기에 와서 0.04%포인트 하락한 0.11%를 기록해 조금씩 늘던 접대비가 크게 감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조세일보 / 최석환 기자 neokism@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