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일자) 3조원 수주 앞둔 현대건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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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이란 국영석유공사(NIOC)가 진행하는 25억달러짜리 초대형 해외플랜트공사 입찰에서 사실상 수주나 다름없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수주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으나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수주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5억달러는 우리 돈으로 따지면 3조원에 가까운 엄청난 돈이다.
만에 하나 이번 수주가 물거품이 될 경우 현대건설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비리에 연루된 것이 사실이라면 법절차에 따라 수사를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 사실여부도 명백히 규명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3조원에 가까운 공사를 수주하는 것도 비리를 규명하는 것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다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경기침체에 서민들의 고통이 쌓여가고 있고,일자리가 줄어드는 우리의 경제현실에 비춰보면 단일 플랜트 건설사상 최대규모의 해외공사를 따는 것만큼 중요하고 다급한 일도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검찰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되더라도 공사수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다소의 무리가 있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번 현대건설의 수주건은 오는 15일 이란에서 이란 국영석유공사와 최종협상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이 협상은 공사선수금 규모나 유보금 비율 등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합의하면 곧바로 정식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최종관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공사수주를 진두 지휘해온 사령탑이 참여할 수 없는 협상이 된다면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최소한 최고경영자가 협상에 참여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미 문제가 불거지고 사실관계도 규명돼가고 있는 마당에, 막말로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니라면 굳이 출국금지로 국익에 직결되는 수주활동까지 막는 것은 결코 잘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그간 정치권과 관련된 기업불법자금 수사는 수없이 이뤄져 왔다.
그 때마다 논란이 됐지만 과연 기업들이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은 객관적으로도 증명된다.
이번의 사건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어찌보면 기업인들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경우는 우선 대규모 해외공사수주에 최선의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