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비서관 "행사비 내라" 요구 파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근무하는 한 비서관이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부 주최 행사를 앞두고 대기업에 행사 비용 부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디지털방송 온에어 개회식'에 앞서 지난달 24일께 삼성전자 L부사장에게 총 8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행사비용 중 일부를 부담할 것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7일 드러났다.
당시 통화에 대해 양 비서관은 이날 "행사 날짜가 임박한 시점에서 산업자원부로부터 참가 가전사들이 분담금을 내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가전사가 빠지면 행사 전반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돼 삼성전자 모 임원에게 행사분담금 부담 용의가 있는지를 물었던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임원은 상황을 알아본 뒤 전화를 주겠다고 대답했지만 (결국) 전화는 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양 비서관은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매체 '이데일리'가 업계에선 양 비서관의 전화를 압력으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일상적인 업무협의 차원에서 깍듯이 예의를 갖춰 통화했다"며 "선의로 알아보는 과정에서 부담을 준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행사에서 가전업체들이 분담한 금액은 1원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양 비서관의 주장과는 달리 업계 일각에선 양 비서관의 전화를 '수억원 단위의 비용분담 요구'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비서관은 도덕적인 비난까지 받고 있다.
그는 이데일리 보도가 알려진 뒤 "직접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전화를 했다는) 메모를 남겼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가 노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뒤늦게 사실을 밝혔다.
양 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기업 입장에서 보면 오해할 수 있는 전화를 했고 기업이 분담하기 어렵다면 다른 식으로 하면 되는데 그렇게 일을 처리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취지로 (자신을) 질책했다"고 전했다.
이 행사는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이 미국식으로 결정된 뒤 디지털 방송시대를 알리고 디지털TV 시장으로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방송위원회와 방송협회,각 방송사,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 등이 주최했다.
디지털TV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행사일에 임박해 행사장내 부스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