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2동 사무소 2층에 마련된 주민자치센터.인근 당산초등학교 학생 20여명이 폐신문지로 열심히 종이 집을 만들고 있었다. 10여평 남짓한 공간은 변변한 실험도구도 없지만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쏟아져 나오는 열기로 가득찼다. 평소 민원인들로 북적거리던 이곳이 매주 금요일 열리는 '생활과학교실'로 탈바꿈한 것이다.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프로그램인 와이즈(WISE) 사업단이 한국과학문화재단과 영등포구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국내 첫 과학체험교실인 영등포구 생활과학교실이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영등포구가 이 사업을 본격화한 지 한 달여 만에 참여 동네가 12곳에 이르고 있다. 풀뿌리 과학문화의 산실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실험의 주제는 '신문지로 건물모형 만들기'.신문지로 건물모형을 만드는 실습을 통해 건축물 짓는 방법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실습도구라고는 신문지와 가위가 고작이었다. 일일교사들이 직접 도구를 준비해 오는데,재료비가 학생 1명당 1천원에 그칠 정도로 여건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래서 신문지를 비롯해 색종이 도화지 풍선 종이컵 등 생활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주로 이용한다. "15분 동안 신문지를 오리거나 접어서 건물모형을 만들어 보세요. 하지만 풀을 사용해 붙이면 안됩니다." 일일교사로 참여한 와이즈 거점센터의 장은지 연구원과 김유정 연구원이 설명을 하자마자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법을 고안해 건물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연구원들과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1시간여 동안 땀을 흘렸다. 신문지를 접어서 고깔모자 형태로 만들기도 하고,오린 종이를 접어서 탑 모양으로 쌓기도 했다. 종이건물 모형을 만든 다음 작품을 서로 비교해 보기도 했다. 선생님들은 실습 도중 "건물 아래층이 위층보다 커야 더 튼튼하겠지요"라며 아이들에게 건축의 원리에 대해 힌트를 줬다. 제작이 끝난 후 종이건물 모형들을 세워놓고 어느 것이 잘 쓰러지지 않는지를 직접 실험했다. 장 연구원은 "생활 속 소재를 이용해 간단한 실험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쉽게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 같다"며 "아이들은 재미를 먼저 느끼기 때문에 과학이 어렵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당산초등학교 2학년 정선균군은 "과학실험이 재미있기 때문에 금요일이면 항상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동네에서부터 생활과학 운동이 불붙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