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의료관광업(Medical Tourism)' 열풍이 불고 있다. 건강검진과 휴양을 연계한 관광 상품으로 아시아는 물론 멀리 미국과 유럽 관광객들까지 불러들여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해변가에 위치한 최고급 리조트에 머물면서 골프도 치고 종합검진도 받는 '동남아 의료관광'이 선풍적 인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태국 병원들은 푸켓 등 휴양지와 연계한 의료 관광업으로 지난해 1백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60억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선진국 병원비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불임치료나 성전환 수술 등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국인 환자들이 해마다 두 배 이상씩 급증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외국인 병실에 인터넷은 물론 간이 스파(Spa) 시설까지 갖춰 놓았고,1층 로비에는 스타벅스 매장을 들여와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싱가포르 병원들은 '갑부 환자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한 경우다. 한 해 15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싱가포르는 유럽이나 중동의 대부호 및 왕족들을 위한 '귀족형 특별진료실'을 운영,오는 2012년까지 1백만명의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병원들은 환자 가족들을 위해 아파트도 임대해 주고 환자 전용 비즈니스 센터도 운영하는 등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말레이시아 병원들은 건강검진과 골프 관광을 엮어 골프광이 많은 일본인 환자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건강검진 및 수술을 목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외국인은 10만2천명에 이른다. 인도 병원들은 수술 환자에게 음악 및 아로마 테라피를 제공,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같은 동남아 의료관광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보다 '가격'이다. 라식 수술을 미국에서 하게 되면 평균 5천달러가 소요되지만 태국이나 싱가포르에선 1천3백달러면 충분하다. 이 밖에 코 가슴 엉덩이 성형수술도 미국이나 유럽 현지 가격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동남아에서 10여일간 수술과 함께 휴가를 보내고 와도 미국이나 유럽 현지에서 수술만 받는 비용보다 저렴하다. 가족과 함께 인근의 관광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수술 경과를 지켜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WSJ는 "아시아 의료 허브(medical hub)가 되기 위한 동남아 국가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며 "병원들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네덜란드어 등을 구사하는 의료진을 갖추고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