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병式 행동 역사의 후퇴만 불러온다" .. 김각중씨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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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도자는 이제 국가의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 경제 전문가는 못돼도 경제의 마인드를 아는 실력자가 국가 지도자로 나서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웠던 시기인 2000∼2003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재계의 수장 역할을 했던 김각중 경방 회장(79)이 9일 출간한 자서전 '내가 걸어온 길,내가 가지 않은 길'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리더십과 프랑스의 드골,중국의 덩샤오핑 사례를 들며 "나는 경륜을 갖춘 참된 리더십의 지도자를 대망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깃발을 휘둘렀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국가가 뚜렷한 비전을 갖고 기업을 지원하며 인재를 육성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선진국 수준으로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지금처럼 한국의 공장들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나면 이 나라에 무엇이 남을까 두렵다"고 개탄했다.
김 회장은 특히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해 "민주주의와 자유,경제발전과 인권문제를 모두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부익부 빈익빈의 불균형도 바로잡아야 하지만 선배들의 지혜를 모두 짓밟아버리는 홍위병식 경거망동은 역사의 후퇴를 불러오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노사문제도 무조건의 평등 의식만으로는 풀리지 않으며 그 같은 단순한 접근은 공멸의 길을 열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총 4백68쪽의 자서전에서 영어공부에 몰두했던 중앙고 재학시절부터 도미 유학,고려대 이공계 교수,85년 역사의 경방 경영,39개월 간의 전경련 회장 활동 등에 이르는 인생행로를 평이하고 담담한 문체로 풀어냈다.
또 60,70년대 6대에 걸쳐 전경련을 이끈 부친 김용완 회장의 일화와 함께 중국경제 대처방법,우리경제에 대한 원로 경제인으로서의 조언도 담았다.
김 회장은 또 전경련에 대해 "보다 차원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존재 의의를 더 뚜렷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전경련은 이 나라의 건강한 경제발전을 위한 수레의 큰 바퀴같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원로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