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악동'이란 별명을 가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나쁜 교육'은 네 남자의 얽히고 설킨 욕망에 대한 탐색기다.


사랑의 숭고함을 예찬한 '그녀에게'(2002년작)와 위대한 모성애를 그린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년) 등 최근작과 달리 파멸적인 성충동을 담은 초기 작품 '마타도르'(86년)에 가깝다.


어린시절 가톨릭학교에서 성학대를 받은 소년들이 20여년 후 만나 당시의 경험을 영화로 만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성공한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엔리케,그가 소년시절 좋아했던 이나시오,이나시오를 성추행한 마놀로 신부,그들의 체험을 적은 시나리오를 들고 나타난 앙헬 등 네 남자는 동성애와 소아성애 등 '금기된 성'으로 맺어져 있다.


서로에게 피학자이자 가학자인 그들은 파멸로 뛰어드는 부나방 같은 존재다.


여성이 배제된 남색은 아무 것도 잉태할 수 없는 '불임의 성'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미 발생한 범죄보다 범죄를 초래하게 되는 그릇된 욕망의 실체에 주목한다.


그리고 성충동의 파괴적인 속성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감독은 '영화 속 현실'과 '영화 속 영화'를 구분해 '정직한' 과거와 '왜곡된' 현실을 대비시킨다.


엔리케는 과거를 탐문하면서 거짓된 현실을 깨닫는다.


타인들을 복수와 출세의 발판으로 삼는 앙헬은 느와르 영화의 '팜므파탈(악녀)'을 대신한 '우모파탈(악인)'이다.


당연히 그의 출세는 결코 영예롭지 못하다.


이 영화는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 중 트랜스섹슈얼 소아성애자 호모 등 이상 성욕자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네 남자들은 끊임없이 비뚤어진 성을 탐닉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여기에는 위대한 어머니에 비해 아버지는 이기적인 존재란 인식이 깔려 있다.


소년의 청아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 '문 리버'와 '돌아오라 소렌토로'는 타락하기 이전의 순수를 상징한다.


슬로 모션으로 처리된 소년들의 물놀이와 축구 장면도 잃어버린 순수를 상기시키는 화법이다.


16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