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 과열로 중국 경제가 큰 충격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아시아 각국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이 있다. 중국이 과열된 경기를 어떤 방법을 동원해 진정시켰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중국 경기과열의 원인은 무엇이며,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조치는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같은 분석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중국 경제의 현 상황과 개혁의 속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경제 상황은 과거의 역사를 상당히 닮았다. 1979년 이후 중국 경제는 일련의 경기 사이클을 따라 움직여왔다. 다시 말해 중국 경제는 정치 상황과 밀접하게 연동돼 움직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공산당은 5년마다 '전국 공산당 대회'를 개최했으며,가장 최근 들어서는 2002년에 공산당 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지도자들이 교체되며,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도 내려진다. 일자리 창출 등 정치 지도자들의 경제운영 능력에 대한 점수도 이 때 매겨진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공산당 대회에서 내려지는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이제 1977년부터 2002년까지 열렸던 '전국 공산당 대회'를 살펴보자.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을 제외하고는 공산당 대회가 개최됐던 1977,1982,1992,2002년에는 이상스럽게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산당 대회가 열린 해에는 연평균 4.32% 경제가 성장했으며,이전 해보다 뚜렷한 활황세를 보였다. 지난 1992년의 경제성장률은 무려 14.2%를 기록,전년(9.2%)보다 무려 5%포인트 차이가 났다. 과거 사례를 보면 '공산당 대회 연도'에는 흔히 물가상승이 뒤따랐고,이어 중국 인민은행은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금리인상 등의 방법으로 고정자산 투자를 억제하는 긴축정책을 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언제나 경기 연착륙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경기과열 시점으로 평가되는 1977,1982,1987,1992년이 지난후 오직 1993∼96년에만 경기 연착륙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이번에 중국 정부가 경기 연착륙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 대출에 대해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지방정부 관료들을 중앙의 공산당 지도자들이 직접 감독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중앙정부 지도자들은 전국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통화 증가를 억제하고 일부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직접 사업취소 명령까지 내리는 강력한 긴축정책을 폈다.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일부 지방정부 관료와 공산당 간부에 대해서는 권한해임 명령도 과감하게 발동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이제서야 중국 경제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과열된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들에 대해 무조건 비판만을 늘어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이 시장원리에 입각한 방법이 아니라,중앙정부의 강력한 명령으로 경제를 운영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완전한 시장경제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밍신페이 국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China Is Still Far From Being a Free Market Economy'라는 기고문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