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 대부분 국가들이 단기간의 성과 위주로 과학기술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그러한 투자는 젊은 인재들을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자가 아니라 단순한 숙련공으로 전락시킵니다."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싸이앤텍포럼(대표 의원 홍창선) 초청 강연에서 한국 등의 성과위주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이 같이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번 강연은 총장 취임 후 가진 러플린 총장의 첫 번째 공개 행사였다.


그는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길 원하는가'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학자이기 이전에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내가 낸 세금이 가치를 창출하는 곳에 쓰이길 바란다"면서도 "가치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소유물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가 가치 창출에 너무 많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의 과학기술 투자는 젊은이들의 기업가적 가치를 싹틔워줌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불행히도 각국 정부는 즉시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 개발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성과 중심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플린 총장은 이날 참석한 국회의원들에게 창조적인 마인드와 독립심,용기를 키워주기 위해 과학기술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러플린 총장은 질의응답을 통해 "해외에서 발표한 대학 랭킹은 전혀 의미가 없다"며 "KAIST의 가치는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KAIST를 세계적 연구대학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