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을 차릴 때 '어동육서'(魚東肉西)라는 말이 있다. 생선류는 동쪽에 놓고 육류는 서쪽에 놓는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올 추석에는 중국산 생선류를 동쪽에 놓고 국내산 육류는 서쪽에 놓는 '중동한서'(中東韓西)가 유행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으로 차례상 보기가 넉넉지 않은데 조기 병어 등 국내산 수산물 값이 크게 올라 저렴한 중국산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고,한우값은 공급과잉으로 지난해보다 15%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9일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국내산 조기 중(中)자(3마리)는 7천8백원으로 한달 전에 비해 값이 15% 올랐다. 호남지방에서 차례상에 많이 올리는 병어는 한달 전 마리당 4천8백원에서 현재 5천8백원에 판매되고 있다. 고급품일수록 가격은 하늘을 찌른다. 수협 바다마트에서는 국내산 참조기가 마리당 3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중국산 양식 조기는 마리당 3천8백원.거의 10분의 1 가격이다. 살림이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는 중국산 조기로 손길이 갈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조기나 병어는 추석이 다가오면 10∼20% 더 오를 것"이라며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의 경우 중국산을 구입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반해 차례상 국거리나 산적용으로 애용되는 한우는 가격이 작년 대비 15%나 떨어졌다. 산적용 한우(상등급 기준,1백g)는 작년 4천50원에서 3천4백50원으로 내려 차례상으로 장만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제수용품이 아닌 무·배추 등의 가격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어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유통에 따르면 무(1개)가격은 지난해보다 90% 이상 오른 2천8백원,배추 한포기는 지난해보다 22% 오른 2천2백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돼지고기(삼겹살,1백g)도 지난해보다 30% 정도 비싼 1천6백8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이날 열린 정부 추석물가대책회의에서 농림부는 4인가족 기준으로 올해 차례상 비용을 작년 15만1천원보다 7.3% 적은 14만원으로 추정했다. 올 추석은 지난해보다 17일 늦은 데다 지난해 흉작으로 농산물 가격이 비싸 상대적으로 차례상 장만 부담이 덜할 것으로 농림부는 예상했다. 농협유통에 따르면 햇사과(5개)의 경우 작년 추석 시세보다 35.2% 하락한 9천원,햇배(5개)는 작년보다 36.1% 하락한 1만1천6백원선에서 시세가 형성될 전망이다. 장규호·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