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신 지표들과 고용과 성장에 대한 월가의 전망이 밝지 않은 것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것이 고유가에 크게 기인하는 `일시적'성격이라고 판단하면서 지난 6월 시작된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여전히 시사하고 있다. 미 노동부는 8월의 수입물가가 1.7% 상승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이는 월가예상치 0.4-0.8%를 크게 웃돈 것이다. 7월중 수입물가는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8월의 수입물가 상승폭이 지난 18개월 사이 가장 큰 것이라면서 석유를 뺀 상승률 역시 0.4%로 지난 6개월 사이 최대였다고 9일 지적했다. 저널은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바로 전날 미 하원예산위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수입물가 상승이 그린스펀의 판단과 상반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미 상무부가 9일 공개한 도매재고 지표도 어둡게 나타났다. 7월중 도매재고가자동차 판매둔화에 영향받아 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증가율 1.1%를 상회한 것이다. 이 때문에 7월의 재고대 판매율은 1.16으로 6월의 1.15에서 소폭 증가했다. 이는 재고소진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도매재고 증가를 `소프트패치'(경기회복기의 일시적 침체)에 따라 소비가 위축된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고용지표 역시 전망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55명의 실물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12개월간 미국에서 월평균 18만2천명분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8월 조사 때의 19만4천명보다 줄어든 것이다. 지난 5월 조사 때는 20만7천명이었다. 물론 주간 실업수당 첫 청구자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다. 노동부는 지난 4일까지의 한주간 처음으로 실업수당을 청구한 미국인이 31만9천명으로 그 전주에 비해 4만4천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플로리다주를 잇따라 강타한 태풍과 노동절 휴일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분석했다. 오차를 줄이기 위해 4주로 조사대상을 확대한 수치는 여전히 소폭 증가했으며 실업수당을 계속 받는 인원도 2만명이 늘어난 근 290만명으로 집계됐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데이비드 위스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미국 재계 지도자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조사가 기업의 고용과 투자 전망이 좋아졌다는 분석을 얼마 전 내놓기는 했으나 "이후 상황이 급격히악화됐다"고 강조했다. 테러가 잇따라 터지고 유가도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금융정보 전문서비스 블룸버그가 실물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실시해 9일 공개한 내용도 어둡게 나왔다. 월가 관계자 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3.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추정 성장률이 중간값 기준으로 3.7%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이는 한달 전 조사 때의 3.9%보다떨어진 수치다. 4.4분기 성장전망 역시 4.0%로 한달 전 분석 때에 비해 0.1%포인트빠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성장 전망을 낮춘 최대 이유로 고유가와 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을 들었다. 월스트리트 저널 조사에 응한 실물경제학자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 전망치를낮춰잡았다고 응답했다. 월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FRB의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실물경제학자들의 전망을 종합해 현재 1.5%인 연방기금 금리가 오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다시 0.25%포인트 오르며 연말까지 2.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중반까지는 2.7% 내외로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널은 이와 관련해 FRB가 고용 상황을 판단함에 있어 단순한 실업자 숫자보다는 기업 쪽 변수가 많이 반영된 가계소득 추이를 더 신뢰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S&P의 위스는 "기업의 연금.의료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으며 임시직선호도 뚜렷한 상황에서 FRB가 가계소득 쪽에 너무 판단의 비중을 많이 두는 것도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FRB와 미 재무 당국은 여전히 미 경제의 펀더멘털에 `큰 이상'이 없다는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는 9일 미국 금리가 여전히 `정상 수준보다 낮다'면서 연방기금 금리의 "중립적인 수준은 3.5-4.5%로 본다"고 말했다. 여전히 금리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고유가가 미 경제에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인정했다. 반면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TV 회견에서 "유가가 정점을 지난 것 같다"면서 "에너지 가격이 (장차) 떨어지면서 소프트패치 탈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낙관했다. 그는 "앞으로 예기치못한 유가 급등이 없는 한 (미 경제가)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