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화씨 9ㆍ11과 환생경제‥윤성갑 <아경산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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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갑 < 아경산업 대표 akyung@kornet.net >
'기업인은 불쌍하다'는 시중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미국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TV에서 한국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미군이 피흘리는 장면을 보고 "주한미군 당장 빼내"라고 했다는 말은 미국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인에게는 마치 세입자에게 "방 빼"라고 하는 듯하다.
그 동안 보수라고 말해지는 진영에서 기업인을 마치 부하 다루듯 하더니,진보진영도 기업인을 반사회적 인물로 보는 듯한 분위기니 마음고생이 클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마이클 무어의 영화 '화씨 9·11'을 한 번 보자.이 영화는 부시가 석유 관련 사업을 하다 실패를 하고 궁여지책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선다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무어는 이 영화를 통해 기업 하나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서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하겠느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기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꼽히는 리콴유 전 총리는 정치 일선에서 은퇴하면서 "미래의 선택은 통치자보다 기업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자 전 연세대 총장도 지금까지의 세상을 정치가가 이끌어 왔다면 앞으로는 경영자가 이끌어 갈 수밖에 없다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은 기업 발전 없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작금 우리 삶의 질이 어떠한지는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택시기사,식당주인 등 보통사람들로부터 많이 듣게 된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간담회에서 "먹고 사는 문제부터 빨리 해결하라는 얘기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한테 그런 얘기를 전달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것 하는 게 내 역할이 아니냐"고 답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답이 능동적인지 수동적인지 얼른 분간이 가지 않는다.
부시에게 럼즈펠드가 있고,럼즈펠드에게는 그만의 규칙이 있다고 한다.
대통령의 측근은 대통령에게 나쁜 소식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을 전하지 않으면 대통령을 실패자로 만든다.
그리고 백악관이 원한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백악관 건물은 말을 할 수 없다.
우리의 위정자들도 이 두 가지 규칙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오고 있다.
무어의 영화가 미국민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지난달 미국 여행을 할 때 만난 어느 미국인은 "문화를 정치에 접목시켜 상대 당을 비난하는 행위는 선거에서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연극 '환생경제'도 '화씨 9·11'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