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펀드 대형화 방침에 따라 1백억원 미만 소규모 펀드가 대거 퇴출된다. 10일 투신업계에 따르면 1백억원 미만 소형 펀드(공모 기준) 2천7백84개(6월 말 현재) 중 40%인 1천개 정도가 올해 말까지 해지 또는 통폐합 방식으로 정리된다. 금액으로는 2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대한투신운용의 경우 4백70개 공모 펀드 중 절반이 넘는 2백72개를 퇴출시킨다는 방침이다. 해지 대상은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된 지난 7월 초 이후 신규 판매를 중단한 공모 펀드 가운데 설정 금액이 1백억원 미만인 상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소규모 장기 방치 펀드'다. 투신업계는 나머지 소형 펀드들도 투자자들이 반대하지 않을 경우 점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소형 펀드 정리작업이 완료되면 투신사가 운용하는 공모 펀드는 총 3천2백96개 중 15.6%인 5백10여개 정도만 남게 된다. 투신업계는 이를 위해 해지 대상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전화나 우편으로 이 사실을 통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펀드가 해지되면 투신사들은 자금은 일단 고객예탁금이나 단기자금 운용 수단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겨진다. 투자자들은 투신사 영업점(판매창구)에서 돈을 찾거나 다른 펀드로 갈아탈 수도 있다. 투신사들은 그러나 1백억원 미만 소규모 펀드라 해도 고객 대다수가 반대할 경우 해지 작업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정부와 투신업계가 펀드 대형화를 추진하는 것은 펀드 수는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이나 펀드당 규모는 평균 1천8백만달러(2백16억원)로 세계 평균(2억5천8백만달러)의 7%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하기 때문이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소형 펀드는 규모가 작아 주식과 채권 투자 외엔 분산 투자할 엄두도 못낸다"며 "펀드 규모가 작을수록 그만큼 수익률이 주가 등락에 종속돼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소형 펀드를 위해 매일 산출하는 기준가 산정,공시,운용보고서 작성 등의 관리 비용도 투신업계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주용석·이상열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