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장 '연임불가' 징계확정] 리딩뱅크 이기주의 경영 '군기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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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위원회가 10일 김정태 행장에 대한 문책경고 조치 등을 확정,국민은행의 회계기준 위반 파문은 일단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번 파문이 촉발한 소위 '신관치'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김태동 금융통화위원과 옛 주택은행 노조 등은 이날 금감위 결정에 대해 "대표적인 관치금융"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들이 '공적기능'은 도외시한 채 자사 이익에만 몰두해온 점을 감안하면 '관치'는 필요악"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정부의 금융기관 기강확립 의지
감독당국이 이번 건에 대해 중징계 조치를 내린 데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금융계는 풀이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지나친 이기주의적 경영 행태를 감독당국이 견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김정태 행장이 주주 이익과 시장원리를 내세우며 정부의 정책 공조에 반기를 들고 나선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대형화·우량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 협조 융자,SK글로벌 사태,카드위기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공조가 필요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은행들은 제 목소리만 높였다.
그 선두에 김 행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김 행장에 대한 중징계는 은행의 공적 기능을 무시하고 이기주의에 치우친 은행을 길들이기 위한 일종의 시범케이스"라고 분석했다.
전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영(令)을 바로 세우겠다'는 감독당국의 의지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금감원의 회계감사가 '김정태 죽이기'를 위한 표적감사였다는 관측도 이래서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도 "시장논리도 좋지만 공적 기능을 무시한 은행의 이기주의적 경영 관행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계는 이번 조치가 주주 이익이라는 미명 아래 전체 금융시장 안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기주의적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외국계 은행에도 무언의 경고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관치금융 논란 일듯
일각에서 '신관치'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감독당국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금융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감원이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떤 유권해석을 내리느냐에 따라 은행장이 물러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금감원은 여전히 은행의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은행 지분을 갖고 있을 때의 관치 수단은 경영진 선임에 대한 직접 개입이었지만,민영화 이후에는 간접적인 견제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김태동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우리 경제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친 카드위기에 대해 정부측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시장경제 원칙을 고수한 김 행장을 몰아내는 것은 관료들의 힘이 세졌다는 것"이라며 "김 행장의 징계는 대표적인 관치금융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국계 골드만삭스는 이날 최고경영자(CEO)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국민은행에 대한 투자의견을 한 단계 낮추면서 "금융감독원이 차후에도 경영진 선임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칼럼을 통해 "김 행장의 퇴임은 한국 은행 시스템의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