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김정태 국민은행장에 대해 문책적 경고 처분을 최종 확정함에 따라 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김 행장의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물론 회계기준 위반에 대한 징계형식이긴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현직 은행장의 진퇴여부가 주주가 아닌 정부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에서 금융산업에 대한 관치가 부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이번에 감독당국이 적용한 회계 기준과 문책 절차를 보면 김 행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억지춘향식으로 모든 일을 진행한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금감위 결정에 대해 국민은행은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위해 타당하게 처리했다"며 잘못이 없다고 반발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본다. 국민은행은 빠른 시일내에 공식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법적소송제기 등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번 국민은행 징계는 그 기준과 절차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우선 신중을 기해야 할 회계위반을 심의하면서 국민은행이 편법 회계처리로 세금을 줄였다는 점만 부각시켰지만 과연 국민은행의 잘못이 행장까지 물러나야 할 '중죄'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도 견해가 엇갈릴 정도이다. 또 제재수준이 확정되기 훨씬 전부터 '연임불가' 방침을 흘려 이를 기정사실화 해나간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김 행장 퇴진이 LG카드 사태 당시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내세우면서 정부의 뜻에 거슬린 행동을 한 '괘씸죄' 탓이란 풍문이 나도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관치금융의 부활은 정말로 자제돼야 한다. 정부가 특정 사안에 대해 일시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는 IMF경제위기 이후 서서히 진행돼온 금융자율화를 후퇴시키고,결국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국가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주주의 78%가 외국인인 국민은행까지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모양만으로도 대외 이미지가 크게 나빠진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