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모두 10만대의 폐컴퓨터를 수거해 재활용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일정량의 폐품을 의무적으로 거둬들여 재활용토록 하고 있는 환경부의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PR)' 취지에 맞춰서다. 삼성전자는 대리점을 통해 5만대를 거둬들였다. 나머지는 폐컴퓨터를 회수하는 소규모 재활용업체에 위탁하거나 '웃돈'을 주고 사들였다. 회사 관계자는 "폐컴퓨터를 한 대도 수거하지 않더라도 부과금은 2억∼3억원 정도여서 비용부담은 적은 편이지만,재활용을 안할 경우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올해로 시행 2년째인 EPR에 대해 이처럼 업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제도에서 정한 것처럼 폐품을 수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활용 품목은 지난해의 경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등 15개였고 올해는 형광등과 필름포장재(라면봉지 등)가 추가됐다. 대상품목 가운데 대표적으로 폐컴퓨터를 수거하기가 쉽지 않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전자제품 재활용을 대행하는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관계자는 "TV나 냉장고와 달리 컴퓨터는 아무리 오래된 기종도 폐품처리하기보다는 사용자가 부품을 구입해 다시 사용하거나 중고업체에서 회수해 가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수거하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환경부가 정한 올해 컴퓨터업계의 재활용 의무량은 4천1백92t으로 지난해(3천2백12t)보다 늘어났다. 이와 함께 오는 2006년부터 대상 품목으로 지정될 예정인 폐카트리지의 경우 재생제품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황이어서 폐카트리지 회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관련업계는 도입 시기를 늦춰달라는 입장이다. 내년부터 대상품목이 되는 휴대폰의 경우 회수책임주체를 놓고 제조업체(삼성전자와 LG전자 등)와 판매업체(LG텔리콤 KTF 등) 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검토를 거쳐 폐카트리지를 재활용 의무 대상품목으로 도입하는 시기를 조정할 계획이고 휴대폰도 회수책임주체를 결정한 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