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10일 검찰청사에서 자해함에 따라 검찰은 과거 권영해 전 안기부장 자해 사건의 악몽을 또한번 떠올리게 됐다. 검찰로서는 유명인사의 자해로 인해 수사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한편 수사과정에서의 피의자 관리 문제를 또 다시 지적받게 됨에 따라 향후 수사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철씨 왜 자해했나= 검찰에 따르면 현철씨는 10일 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오후 10시30분께 영장청구에 앞서 긴급체포됐고, 11시10분께 5분여간 변호사와 면담하고 가족과 전화통화를 한 뒤 갑자기 여직원 책상 위에 있던 송곳을 들고 복도로 뛰어나가 자해를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은 일단 현철씨가 구속영장이 청구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가 검찰로부터 긴급체포와 함께 영장청구방침을 통보받게 되면서 심한 좌절감에 빠져 충동적으로 자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철씨는 수사를 받는 동안 줄곧 조동만 한솔그룹 전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20억원을 이자라고 주장하며, 8일과 10일 두차례 검찰에 출두할 당시에도 기자들에게 여유를 보이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있는 태도를 보였던게 사실. 그러나 현철씨는 자신이 실체를 부인했던 70억원 국가헌납 각서 등이 과거재판기록속에서 발견되고, 이자라는 주장이 검찰이 확보한 반증자료에 의해 무너진 10일저녁부터 상당히 격앙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도 "현철씨가 영장이 청구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같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현철씨에 대해 조사과정 내내 최대한의 배려를 했다면서 조사과정에서 피의자가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강압수사나 욕설 등이 있었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검찰은 "10일 현철씨를 조사하는 동안 변호사 면담을 5차례 시켜주는 등 최대한 편의를 제공했으며 마지막 2시간여 조사과정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는 등 인권침해 등의 소지를 없앴다"며 "현철씨를 데리고 구치소로 가기 직전에 피의자를 예우한다는 차원에서 수갑을 채우지 않은 것이 결국은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제2의 권영해 사태 우려= 검찰은 이번 사건으로 지난 97년 권영해씨 자해사건의 악몽이 재현되는게 아니냐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숱한 명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면서 수사의 본질이 흐려지거나 수사자체가 흐지부지 되는 등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검찰이기에 비록 경미한 상처라 하더라도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씨 사건은 97년 12월 재미교포인 윤홍준씨에게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열도록 지시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검찰 청사에서 자해했던 사건. 권씨는 98년 3월 서울지검 특조실에서 소환 조사를 받던중 수사관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 성경책 속에 숨겨 들여온 문구용 칼로 자신의 복부를 수차례 그어 중상을 입었던 것. 검찰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피의자 몸수색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권씨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출장조사를 벌이는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권씨를 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겨우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검찰은 이번에 현철씨에 대해 즉각적인 응급조치를 취하고, 상태점검후 구치소입감-구속영장 청구의 절차를 밟은데 이어 11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키로해 자해사건이 수사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현철씨를 최대한 배려했으며, 오히려 예우차원에서수갑을 채우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면서 검찰의 책임추궁 소지를 최소화하려고 애쓰는 기색이다. 그러나 최근 정계입문, 사업 등을 통해 재기를 노리던 현철씨가 97년 5월이후 7년여 만에 다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우발행동의 가능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은 면키 어렵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윤종석기자 jhcho@yna.co.kr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