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 통한 부양은 마약".. 후카가와 교수 한국정부에 충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마약과 같다."
한경비즈니스 주최로 지난 10일 열린 '한국 경제의 진로'국제 세미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후카가와 유키코 도쿄대 교수(경제학)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정을 통한)자원의 정치적 배분에는 필연적으로 이권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각종 국책사업과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따끔한 충고인 셈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지난 10년간 일본의 실패는 의미없는 재정지출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것도 한 원인"이라며 한국은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것을 당부했다.
경제발전론을 전공한 후카가와 교수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여년간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을 연구해 온 일본내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경제학자.때문에 한국 문제에 관해서는 국내 학자들 이상의 식견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이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상황을 보면 장기불황기 일본과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사회적·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정책결정의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게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현재 한국 정부는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져 있는데다 고집까지 세다"며 정치적 갈등의 1차적인 책임자로 정부를 지목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경제정책 운용 능력만 놓고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며 "최근 한국에 팽배해 있는 위기감도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쓴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어 "정부가 예측불가능한 행동을 많이 하면 기업은 투자를 꺼린다"며 정부가 보다 일관된 경제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는 시장과 열심히 대화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지금은 정치논리가 시장논리를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가들이 개혁의 주도세력이 됐을 땐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며 "기업가들이 개혁을 주도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장기불황 극복 경험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점으로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꼽았다.
그는 "불황기 일본에서는 회사들이 망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새로운 회사로 옮겨갔고,외국 전문가들도 많이 들어왔다"며 "이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졌고 기술혁신에도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