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 신앙간증이나 하는 곳입니까. 아니면 종교부흥회 자리입니까. 여러분들이 하는 말을 듣고 나니 맥이 빠집니다. 부가가치는 기업이 만듭니다. 좀 더 용기있게 말할 수 있어야지요."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가 한국CEO포럼 연례회의의 한 행사인 '성숙한 시장경제체제를 위한 조건'이라는 주제의 정책 토론회에서 쏟아낸 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김 교수는 1시간반 남짓 진행된 토론에서 "가진 자들이 우선 많이 베풀어야 한다" "기업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등의 기업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소극적인 주장이 제기되자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꿀벌의 우화'를 들어 "착한 꿀벌이 모인 벌통은 꿀이 모이지 않고 경쟁에 익숙한 벌들이 모인 벌통은 꿀이 넘쳐 흐른다"며 "열심히 욕심부려서 일한 사람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지 마냥 착하기만 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어떻게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기업은 공익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적이익에 기반한 이윤추구를 최고의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업의 사회공헌만을 강조하는 일부 참석자들의 발언을 정면으로 공박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기업가는 경제전쟁을 수행하는 사람인데 전쟁에 이기려고 애를 쓰다보면 작은 잘못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너무 지나치게 탓하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하고 "기업가가 욕심을 마음껏 부리고 이를 통해 발전하는 것이 시장경제며 사적인 욕심을 버리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라고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사장은 "지킬 수 있는 법과 규정을 만들어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반기업정서가 있다면 이는 일부 재벌에 대한 것일 뿐 기업의 80∼90%는 존경을 받고 있다"며 "다시는 부정부패를 안하겠다고 서약하고도 수백억원을 부정하게 갖다줬는데 어떻게 존경받기를 바라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도 "산업화과정에서 일반적이었던 정경유착 탈세 등을 기억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반기업정서를 갖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이 투명경영·윤리경영을 실천하고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정착시키는 한편 적정수준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등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